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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미달사태는 '예견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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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미달사태는 '예견된 몰락'

입력
2010.12.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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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다양화 프로젝트의 핵심인 자율형사립고(자율고)가 시행 2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 지역 26곳의 자율고 가운데 10곳이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데 이어 대구 지역의 자율고 4곳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 모두 미달됐다. 교육계에서는 자율고의 미달사태가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자율고의 몰락"이라는 진단 마저 나오고 있다.

자율고는 도입 초기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일반계고의 3배에 달하는 등록금 때문에 '귀족 학교'라는 비판을 받았고, 올해 초에는 서울 지역 자율고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부정 입학이 드러났다. 여기에 대규모 미달 사태까지 벌어짐으로써 교육과학기술부의 '자율고 밀어붙이기'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자율고의 위기는 교과부와 일선 학교의 준비 부족이 낳은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교과부는 현 정부의 임기말인 2012년까지 전국에 100곳의 자율고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첫 해인 올해 전국에 30곳의 자율고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신청 학교는 39곳에 그쳤을 정도로 일선 학교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매년 재단전입금을 등록금 수입의 5%이상 확보해야 하는 요건을 충족시킬 사립학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요건에 미달되는 일부 학교의 경우 재단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계획 등을 제출받아 조건부 지정을 하는 등 자율고의 숫자만 늘리는 무리수를 뒀다.이때문에 서울 26곳을 비롯해 전국 51개가 문을 열었으나 정작 학교들은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 A고 관계자는 "재단의 경제적인 능력 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 교사의 질, 학교 시설 등도 동시에 심사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사립고 측은 자율고 전환을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재정의 확충에만 신경쓰느라 정작 특화된 교육과정을 갖출 여력은 없었고, 이런 부분이 자율고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서울 B중 박모 교사는 "이름이 바뀌고 등록금이 비싸진 것 외에 교육 여건이 달라진 자율고는 별로 없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영수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입시 명문 학교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학생들이 몰렸지만 올해는 정부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자율고 측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중학교 내신 상위 50% 가운데 추첨으로 뽑도록 돼 있어 우수학생을 유치할 '선발권'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자율고 교장은 "학생 선발과 등록금 부분에서 자율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자율고 존재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은 "교과부가 미달 사태를 빚은 부실 자율고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대책을 내놓는 다면 교육 현장은 더욱 왜곡될 것"이라며 "자율고 정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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