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자력 발전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머지 않아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세계적인 시험 인증 기관 티유브이슈드코리아의 김두일(사진) 대표는 6일 한국 원전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우려했다.
그는 독일 아헨공대에서 원자력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독일원자력연구원(FZJ) 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실장, 지멘스 원자력발전 한국 대표 등을 거쳐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비상임 감사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는 분명 큰 일이지만 냉정히 보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잖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당장 인허가 절차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껏 한국만의 기준으로 국내에 원전을 짓고 운영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UAE 원전은 유럽을 비롯해 원전 선진국 출신 전문가의 까다로운 눈 높이를 맞춰야만 하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더 이상의 수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원전에 대한 시각 자체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우리는 뭘 만들어 주문자에게 넘기는 것을 끝으로 여기지만 원전은 제작 전부터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수출 건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지 말고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어 품질을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에 대해서도 "방사능냉각펌프(RCP) 등 원전 관련 핵심 기술력은 아직 멀었다"며 "최근 '원전의 뇌'라 불리는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UAE 원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제품을 개 당 2억 달러를 주고 쓰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이어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전이 800개 가량 되는 만큼 새로 원전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원전 정비도 큰 시장"이라며 "이 부분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함께 "해외 원전 시장을 노리겠다는 국내 원전 관련 회사에 해외 전문 인력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원전은 사람의 손과 경험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고 해외 네트워크와 정보 또한 핵심 사항이므로 해외 전문가나 회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866년 설립된 티유브이슈드 그룹은 독일 뮌헨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 600여개 사업장을 두고 원전은 물론 전자, 통신,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각 국 정부의 규제와 시장 동향 정보 등을 분석하고, 수출에 필요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비영리 기관으로, 한 해 매출은 14억유로(2조1,500억 원) 정도이다. 60년 넘게 독일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모든 원전을 점검하고 있으며, 900여명의 전문가가 전 세계 원전 운영 회사와 제조사를 대상으로 기술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KOPEC-ENC측과 UAE원전 건설 관련 기기와 서류 등 인허가 과정 전반에 대한 컨설팅 계약도 맺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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