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비로소이다/ 임상혁 지음ㆍ너머북스 발행
1586년 나주 관아에서 벌어진 노비소송을 통해 조선시대 사법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사노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어지는 법적 투쟁기는 당시 노비제의 질곡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한다. 책의 모티프가 된 사례는 숭실대 법대 교수인 저자가 묻혀 있던 고문서를 직접 발굴한 것이다. 원고와 피고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토해내는 모습을 통해 조선시대 송사의 역동성도 엿볼 수 있다.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ㆍ창비 발행
자칫 상투적 훈계로 그칠 수 있는 인권 이야기를 영화, 드라마, 다큐멘타리 등을 폭넓게 인용하며 알기 쉽게 풀어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 동성애자, 장애인 등의 인권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저자의 입담이 촌철살인이다. 우리 사회의 인권 불감증을 되돌아 보게 한다. 저자는 등으로도 호평을 받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상을 밝히는 지식교양(전3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ㆍ동녘 발행
‘인간을 이해하는 아홉 가지 단어’ ‘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 ‘세계를 바꾼 아홉 가지 단어’ 3권으로 구성된 시리즈. 철학 대중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철학사상연구회 소속 학자들이 소수자, 가족, 욕망, 사이보그 등 총 27개의 키워드를 뽑아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의미를 짚고 있다. 여러 쟁점을 가상토론, 고전 발췌 등의 다양한 구성으로 꾸며 독자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가의 시간/ 강만길 지음ㆍ 창비 발행
일제시기부터 최근까지 한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은 원로 사학자가 자신의 삶을 역사학적으로 재구성한 자서전이다. 민주화운동과 남북 대화협력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진보적 지식인의 삶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의 격류를 읽을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관여하는 등 저자가 직접 역사적 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일화와 인물평 등을 담고 있어 사료적 가치도 높다.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지음ㆍ사이언스북스 발행
진화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번역서다. 경희대 교수인 저자는 미국 텍사스대의 저명한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장 학자. ‘왜 유재석의 자학 개그에 박장대소하는지’ ‘왜 연예인의 가십에 귀를 기울이는지’ 등 생활 속 사례를 통해 진화심리학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친숙하게 다가온다.
▦인문고전 깊이 읽기/ 장현근 등 지음ㆍ한길사 발행
동서양의 사상가를 주제로 한 시리즈. 현재 맹자, 프로이트, 부르크하르트, 마오쩌둥, 한비자를 각각 주제로 5권까지 출간됐다. 각 권의 저자들은 해당 사상가 전공자들로 각 사상가의 삶과 사상, 업적 등을 살피며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사상가의 저작 중 중요 부분의 원문을 발췌하고 해설, 독자들이 고전을 직접 맛보게 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인류를 움직여온 사상가들에 대한 종합 안내서로 제격이다.
▦조선풍속사(전3권)/ 강명관 지음ㆍ푸른역사 발행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의 풍속화를 바탕으로 조선 사회 구석구석의 생활상, 이를테면 주점, 기방, 투전, 행상, 굿판 등의 모습이 이야기 보따리처럼 펼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담 같은 이야기 솜씨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당시의 회화, 문헌 등 자료의 풍부한 인용이 돋보인다. 저자는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그림과 역사, 문학을 아우르는 박물학적 지식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책이다.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소멸의 자연학/ 박성관 지음ㆍ그린비 발행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간 중심적 진화론이 아니라 거꾸로 ‘인간중심주의 해체’라는 불온성에 주목해 재해석한 책이다. 원전을 3분의 1 가량 인용하면서 알기 쉽게 풀이했을 뿐만 아니라 진화론에 대한 당대와 현대의 뿌리 깊은 오해를 두루 파헤쳐 ‘종의 기원’을 다룬 국내 책 중 가장 포괄적이면서 주목되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저자는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이다.
▦좌우파사전/ 구갑우 등 지음ㆍ위즈덤하우스 발행
법치주의, 애국, 연대와 경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등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의제 22개를 뽑아 좌파와 우파의 시각을 교차시키며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사회과학계 14명의 중진 학자들이 나눠서 집필했는데, 좌우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각이 돋보이면서도 좌우의 논리를 냉정하게 따져 들어가 나침반 역할을 한다. 사안마다 좌우로 갈라져 싸우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문제를 보는 실제적 가이드북이 될 만하다.
▦철학 vs 철학 /강신주 지음ㆍ그린비 발행
플라톤부터 조르조 아감벤까지, 공자에서 가리타니 고진까지, 동서양 철학을 망라한 철학사 교양서다. 특히 56개의 주제를 선정한 뒤 주제별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철학자 2명을 대비시켜 서술한 구성이 흥미롭다. 928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구체적 삶이 담긴 질문을 통해 철학을 쉽게 소개, 철학 입문의 통로로 삼을 만하다. 동서양 철학의 주요 쟁점을 한 권에 담은 드문 교양서란 평가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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