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타결을 둘러싼 여야의 설전이 매우 거칠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지도부가 총출동해 격한 공방을 벌여, 국회 비준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나라당은 조속한 비준을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협정 폐기를 주장해 극명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합의는 한미 양국의 이익균형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자 상호 윈_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한미 FTA는 양국 경제교류 확대는 물론 안보협력 증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야당이 3년을 끌어온 한미 FTA에 대해 비준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태도”라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중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할 때 큰 틀에서 비준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양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수입 장벽을 허물어 전세계가 부러워하는데 야당은 ‘굴욕외교’라고 매도하니 황당하다”며 “무엇보다 자동차업계에서 환영하고 있는데 야당이 생트집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 후속조치를 내년 초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협상결과가 절대 한국에게 불리하지 않는데도 야당이 ‘퍼주기 협상’ ‘밀실협상’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야당은 더 이상 말의 유희에 기대서 정치적 계산으로 국민을 혼란시키고 호도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밀린 한미 FTA는 한미동맹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굴욕과 배신을 느끼고 국가적 수치를 느낀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손 대표는 “이번 협상 결과는 국가의 장래 이익을 해치는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하고 (협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미 FTA는 간도 쓸개도 빼준 굴욕 협상”이라며 “모든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연평도에 쏠려 있을 때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을 전광석화처럼 진행해 모든 보따리를 미국에 다 바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 시장은 즉각 열어주고 미국 시장은 철저히 빗장을 걸어두는 불평등 협상”이라며 “민주당은 단호히 (협정) 폐기를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번 협상은 1876년 강화도 조약, 1882년 조미수호 통상 조약 및 조청 무역장전, 1966년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이은 5대 불평등 조약”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협상은 없었고 진상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번 재협상에 따른 이익은 3,000억~4,000억원, 손실은 5조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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