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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작가포럼 참석한 한ㆍ일 소설가 김연수ㆍ가와카미 미에코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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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작가포럼 참석한 한ㆍ일 소설가 김연수ㆍ가와카미 미에코 대담

입력
2010.12.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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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40)씨와 일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34)씨가 6일 일본 기타큐슈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일중한 동아시아작가포럼에서 만났다. 가와카미씨는 가수 출신으로 2008년 장편소설 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조예, 영화 출연 경험, 영미문학 선호 등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이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연수= 과학자가 될 생각으로 10대를 다 보냈는데 어쩌다 보니 영문과에 들어갔고, 거기서 내게 글 쓰는 재능이 있음을 알았다. 처음엔 시를 썼는데, 마치 일기를 시로 쓰듯이 많이 썼다. 그 가운데 20편 정도 추려 출판사에 보내 시인으로 등단했다.

가와카미= 나도 소설보다 시를 먼저 발표했다. 큰 음반회사와 계약해 5년 동안 앨범 3장을 내며 가수로 활동하다가 계약이 끝날 즈음 ‘유레카’라는 잡지에 보낸 시가 실렸다. 이후 그 잡지의 소설 편집자가 소설도 써보라고 권유해 소설을 쓰게 됐다.

김연수= 나도 잡지에 4장짜리 긴 시를 썼더니 사람들이 “이렇게 길게 쓸 바에야 차라리 소설을 써라”고 하더라.(웃음) 어제 동아시아작가포럼 행사로 열린 작품낭독회에서 당신의 시 낭송을 잘 들었다. 점점 목소리를 높이며 극적으로 읽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시 내용이 상당히 실험적이던데.

가와카미= 작품의 실험성과 독자와의 소통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데, 내 경우 시는 실험적으로 쓰고 소설은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 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소설가로서 나는 대개의 일본 여성 작가들이 다루는 연애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철학적 주제에 사로잡혀 있고, 그 중 하나인 여성의 신체 문제를 한국에도 번역된 에서 다뤘다. 올해 쓴 장편소설 은 내년에 한국어판이 나오는데, 집단 괴롭힘을 겪는 열네 살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김연수= 내가 줄곧 소설로 쓰고 있는 주제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설 쓰는 입장에서는 모순적인 주제인데, 이런 문제를 계속 추구하다가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게 됐다. 연인들의 소통은 참으로 놀랍다. 백 마디 말로도 전달되지 않는 마음을 말하지 않고도 전하는 것이다.

가와카미= 일본어로 작품을 쓰다 보니 구체적 창작 과정에서는 일본 작가들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지만, 소설의 주제나 분위기는 영미소설 쪽에 끌린다.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영미문학 번역가인 시바타 모토유키가 골라 번역한 작품들을 주로 읽는다. 커트 보네거트, 이언 매큐언 등을 좋아한다.

김연수= 내 기준에서 세계문학(소설)은 프랑스적인 것과 영미적인 것으로 나뉜다. 전자는 분량이 짧고 이미지 중심적인데 비해, 후자는 분량이 길고 무엇보다 이야기 중심적이라서 끌린다. 요즘 한국에서도 니콜 크라우스의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영미소설 번역이 늘고 있다. 그런데 가수로서 공연할 때의 경험과 작가로서의 경험은 많이 다르지 않나? 노래 쪽이 훨씬 화려하고 반응도 세고 즉각적일 텐데도 글을 쓰게 되는 이유가 뭔가.

가와카미= 글쎄, 집안일도 하고 산책도 하는 정도의 차이밖에는 못 느끼겠다.(웃음) 문학이 아니면 못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TV에 출연할 때는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있다. 진실을 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 문학은 적합한 장르라고 본다.

기타큐슈=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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