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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소야도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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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소야도 첫눈

입력
2010.12.0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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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기

소야도 선착장 낡은 함석집 한 채

바다오리 떼 살얼음 바다에

물질을 하는데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이윽고 밤 되어 눈이 내리고

바닷가에 눈이 내리고

쪽마루 방자문 위에 걸린 가족사진에도

눈이 내리는데

갯 떠난 자식 생각하는가

갯바람에 얼굴 긁힌 노부부

밤 깊어가는데

굴봉 쪼는 소리

밤바다에 성근 눈발이 내리고

굴봉 쪼는 소리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밤바다에 눈은 내리고

● 소야도는 덕적면에 딸린 섬이라는데, 소야도는 소정방 군대가 머문 섬이라는데, 소야도에 첫눈은 내리고,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들리고, 아, 노부부가 깊은 밤 굴 쪼는 소리라. 조새 머리 관통한 쇠꼬챙이로 굴을 찍어 껍질을 젖히고 손잡이 뒤에 달린 뾰족한 갈고리로 굴 훑는 소리. 첫눈 내리는 섬 적요하여 그 소리 온 섬 다 덮겠네. 섬은 커다란 굴이 되고 굴봉 까는 소리가 조새 되어 긴긴 겨울 밤 섬은 비릿 향기로운 굴 향 가득 차겠네.

굴봉 까는 소리 대신 포탄 소리 여음 자욱하여, 서러운, 우리 시대의 겨울 연평도는 어찌할거나. 만나는 사람들 눈빛마다 배어 있는 화약 냄새는 또 어찌할거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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