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이 친구, 언행이 거침없다. 등굣길에 만난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신체 주요부위를 아무렇지 않게 노출하고, 노파에게 도색잡지를 보여줬다 정학 당하고도 교사에게 잡지 반환을 당당히 요구한다. 사랑을 그득 주는 이모, 이모부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의 사생활을 깊이 들여다보면 어두침침하다.
생모는 다섯 살이었던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랑 가정을 이뤘고, 아버지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모부 장례식을 계기로 생모의 얼굴을 본 그는 이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생모를 찾아간다. 자유분방한 생모에게서 그는 로큰롤 세례를 듬뿍 받으며 악기까지 배우게 되고, 음악에 대한 꿈을 조금씩 키워간다. 클래식을 즐겨 듣는 완고한 이모가 생모와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그의 질풍노도는 도를 더한다.
흥겨운 음악이 있고, 불우한 청춘의 방황이 있다. 조금은 흔한 조합이라 하겠지만 관객을 매혹시키기 충분하다. 그런데 바로 ‘그’가 전설적 밴드 비틀스의 존 레넌(아론 존슨)이었다면 영화를 향한 눈동자는 더욱 커질 듯 하다. ‘존 레논 비긴즈: 노웨어보이’는 음악과 청춘과 존 레넌이라는 세 단어만으로도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레넌의 좌충우돌 고교시절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친구와 함께 부녀자를 희롱하고, 버스 지붕 위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그의 모습은 악동 그 자체다. “이 정도 성적으론 너를 받아줄 상급 학교가 없다”는 교사의 우려 섞인 지적에 레넌은 “천재가 우글거리는 곳이 없나 보죠”라고 응대한다. 훗날 “우리(비틀스)는 예수보다 더 인기 있다”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레넌의 호기를 느낄 수 있다. “하느님은 왜 날 엘비스(프레슬리)로 만들지 않았을까요”라는 그의 시샘 어린 발언에선 로큰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가늠할 수 있다. 스쿨밴드 쿼리멘을 만든 그가 음악적 동지 폴 매카트니(토마스 생스터)와 조지 해리슨을 만나는 역사적 장면도 눈길을 낚아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빼어난 음악영화다. ‘쉐이크, 래틀 앤 롤’ ‘하운드 독’(엘비스 프레슬리),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스트리밍 제이 호킨스) 등 당대의 로큰롤 명곡과, 레넌의 첫 창작곡 ‘헬로 리틀 걸’ ‘인 스파잇 오브 올 더 데인저’ ‘마더’ 등이 귓전을 두드린다.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OST앨범을 구하고 싶을 정도로 음악이 감미롭다. 이모 미미(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와 생모 줄리아(앤 마리 더프)에 대한 레넌의 애증을 통해 클래식과 로큰롤이 그의 음악에 각각 어떤 의미였는지 암시하는 이야기 줄기도 흥미롭다.
레넌의 사망 30주기(8일)를 맞아 9일 개봉한다. 감독 샘 테일러 우드.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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