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알레고리 / 폴 드 만 지음ㆍ이창남 옮김ㆍ문학과지성사 발행
미국 예일학파를 대표하는 해체주의 철학자이자 문학이론가인 저자가 릴케, 프루스트, 니체, 루소의 저작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독서와 삶에 대해 성찰했다. 기표와 기의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독서는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끊임없는 재독서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삶의 문제로까지 확장시킨다. 폴 드 만의 책은 사유가 매우 정교할 뿐 아니라 문장이 까다로워 풍부한 교양이 없으면 번역할 수 없다고 악명이 높다. 그의 책을 번역한 것만도 대단하다.
▦번역한다는 것 / 움베르트 에코 지음ㆍ김운찬 옮김ㆍ열린책들 발행
세계적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자신이 다른 이의 책을 번역한 경험, 그리고 자신의 책이 다른 이에 의해 번역된 경험을 토대로 번역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수많은 사례 제시를 통해 번역이란 ‘거의 똑같이 말하기’이며, ‘거의’가 과연 얼마만큼인지를 두고 번역자들은 협상을 벌인다고 정리한다. 이탈리아 문학, 특히 에코 작품에 집중해온 역자가 우리말로 옮겼다.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전2권) / 아리스토파네스 지음ㆍ천병희 옮김ㆍ숲 발행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 중 지금까지 전해지는 11편을 완역한 책이다. ‘구름’ ‘기사’ ‘뤼시스트라테’ 등 책에 실린 작품들은 전통적 가치관 유지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재기발랄한 대사와 상상력, 날카로운 풍자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작품 33편 전집을 옮긴 바 있는 그리스ㆍ라틴어 문학 전문 번역자인 역자의 열정이 돋보인다.
▦어머니의 탄생 /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ㆍ황희선 옮김ㆍ사이언스북스 발행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인 저자가 자기희생적 모성 신화를 해체하고자 쓴 책이다. 칼라하리 사막의 부족집단부터 곤충에 이르는 다채로운 사례, 동물행동학부터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을 가로지르는 학문적 탐구를 책 속에 녹여냈다. 사회적 야망과 좋은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며, 성공적 육아에는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역주 조선불교통사(전8권) / 이능화 지음ㆍ역주편찬위원회 옮김ㆍ동국대출판부 발행
20세기 한국 불교 최고의 명저로 꼽히는 이능화의 (전3권ㆍ1918)의 첫 한글 완역본. 순 한문으로 기술된 는 372년 순도가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때부터 1916년까지 한국불교사 1,544년을 결집한 불교백과전서다.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분량과 까다로운 내용 때문에 부분적 번역에 그쳤었는데 동국대 교수 법산 스님 등 10명의 연구자가 8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역했다.
▦자본(전5권) / 칼 마르크스 지음ㆍ강신준 옮김ㆍ길 발행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마르크스 필생의 역작의 완역본. 1988년 출간됐던 국내 첫 번역본 작업에 참여했던 역자가 이후 20여년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연구한 뒤 다시 독일어 원전을 완역했다. 지금은 절판된 첫 번역본이나 널리 알려진 김수행 전 서울대 교수의 영어판 중역본에 비해 정확도 면에서 뛰어난, 마르크스 자본론의 정본이 될 만한 번역이라는 평가다.
▦중국신화사(전2권) / 위안커 지음ㆍ김선자 등 옮김ㆍ웅진지식하우스 발행
중국 신화학계의 거두 위안커의 연구가 집대성된 역작을 국내 중국신화 전문가 3명이 번역했다. 원시시대부터 명ㆍ청 시대의 신화까지 중국 대륙의 정신적 원형질을 시대순으로 아우른 저작이다. 희귀한 원전 자료뿐 아니라 중국 56개 소수민족의 전설까지 수록했다. 저자는 오늘날 구전되는 고대의 신화들이 계속 변형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신화는 현재진행형의 생명체’라고 말한다.
▦중국음식문화사/ 왕런샹 지음ㆍ주영하 옮김ㆍ민음사 발행
음식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풍속을 읽어낸 책. 중국의 고고학자인 저자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중국 음식문화의 변천사를 정리했다. 중국 서부지역 선사문화 발굴 작업에 참가했던 경험에다 고고학, 민속학, 철학, 미술사 등 다방면의 지식을 버무려 중국의 음식문화사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동아시아 음식문화 전문 연구자의 정성스러운 번역이 한층 맛깔스럽게 읽힌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전5권) / 라인하르트 코젤렉 등 엮음ㆍ안삼환 등 옮김ㆍ푸른역사 발행
특정 개념이 정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의미가 변했는지를 밝힌 사전이다. 원서는 독일의 역사학자, 법학자, 경제학자, 철학자들이 119개의 개념을 사전으로 정리한 것인데 1997년 완성까지 25년이 걸렸다는 책으로 기획의 방대성과 방법론적 혁신성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림대 한림과학원이 번역을 주도해 ‘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 5개 개념을 각각 한 권씩 5권으로 국내 출간했다.
▦파브르 곤충기(전10권) / 장 앙리 파브?지음ㆍ김진일 옮김ㆍ현암사 발행
어린이들이 보는 책으로 잘못 알려진 ‘파브르 곤충기’를 완역함으로써 곤충학의 고전이자 곤충 생태에 비춰본 인간 통찰이라는 책의 본래 가치를 충실히 살려냈다. 곤충학자인 번역자는 책에 등장하는 1,500종의 생물 중 국내에 없는 것은 국내 종과 가장 가까운 우리말 이름을 지어 붙이고, 파브르가 잘못 알고 있었거나 나중에 바뀐 학명은 꼼꼼히 바로잡는 등 책의 가치를 높였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지음ㆍ김덕영 옮김ㆍ길 발행
근대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을 서구 시민계급의 프로테스탄티즘으로 분석한 사회학의 고전. 막스 베버가 오리지날 텍스트의 보론 격으로 만년에 정리한 논문 ‘프로테스탄티즘의 분파들과 자본주의 정신’도 국내 최초로 번역해 함께 실었다. 사회학자로 베버 전공인 역자는 이 책의 심층적 번역을 위해 신학도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국제적 기준으로 봐도 떨어지지 않는 번역본이라는 평이다.
정리=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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