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의 방송해설과 신문 칼럼을 맡고 있는 필자는 대학농구를 자주 관전한다. 190㎝ 정도의 크지 않은 선수들이 쉽게 덩크슛을 한다. 또 큰 선수들도 작은 선수들 못지않게 빠르게 움직인다. 각 팀에는 195~200㎝가 되는 선수들만도 4, 5명이나 된다. 용병만 없을 뿐 전체적인 틀은 프로구단과 비슷하다.
이런 선수들이 착실하게 경험을 쌓는다면 지금 프로선수들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대학농구를 보면 한국 농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대학농구의 주말리그 전환 이후 모든 팀이 고르게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과거에는 잘하는 팀은 경기수가 많았지만 초반에 탈락하는 약한 팀들은 실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수가 늘어나다 보니 감독들은 주전 5, 6명 이외에도 튼실한 백업들을 발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농구와 달리 프로리그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리그의 신인 드래프트는 정규시즌 막바지인 2월 초에 열린다. 그리고 드래프트에서 뽑힌 선수들은 다음 시즌부터 뛸 수 있다. 반면 농구대잔치는 고교 졸업반 선수들을 대학선수로 인정한다. 그러다 보니 각 팀은 졸업반인 4학년들보다는 신입생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4학년들은 프로에서도, 대학에서도 뒷전인 셈이다.
프로 드래프트를 1월 초로 앞당기고, 지명된 선수들은 곧바로 프로에서 뛸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하위권 팀들은 전력 보강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고, 새얼굴의 가세로 리그도 활기를 띨 수 있다. 침체에 빠진 한국농구를 살리려면 귀찮고 힘들더라도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그만큼 한국농구도 발전할 것이다.
전 서울 SKㆍ 구리 금호생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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