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6일 코엑스에서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주관으로 종가포럼이 열렸다. 주제는 ‘종가문화, 세계와 소통하다’였다. 어떻게 보면 종가문화와 세계화는 상극인 것 같이 보일지 모른다. 종가문화는 전통문화의 구체적 모형이요, 세계화는 현대의 보편적 모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화는 몇몇 강대국의 문화제국주의가 되어서는 안 되고 여러 국가와 민족의 독특한 문화가 종합된 모자이크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다른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종가문화와 같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가 세계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종가포럼에서는 12개 종가의 문양(紋樣), 인장(印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로이 디자인하는 작업과, 역시 12개 종가의 전통음식을 전시‧시식하는 행사를 곁들였다. 이 행사는 종가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종가를 홍보하기 위해 일년에 한 번씩 개최한다고 한다.
그런데 종가문화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근대화와 경제발전으로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전되어 종가가 공동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嶺南)보다 개발이 활발한 기호(畿湖)가 더하다. 그러니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이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따라서 제사문화와 음식문화가 유지되기 어렵다. 종손도 다른 사람처럼 근대교육을 받아야하고, 직장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도시로 진출하지 않을 수 없다. 제사 때마다 모이고, 일이 있을 때마다 내려온다고는 하지만 일이 겹칠 수도 있고, 외국에 출장갈 수도 있다.
문중에서 종손은 종가를 지키라고 하지만 생활보장이 문제이다. 종재(宗財)가 있는 가기호의 종가는 그래도 괜찮지만 특별히 종재가 없는 영남 종가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영남의 종가고택은 영남유교문화 사업으로 집은 덩그렇게 복원해 놓았으나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 유지가 어렵다. 국가에서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종가를 보수해 주고, 도로‧주차장 등을 마련해 전통마을로 육성하려 하지만 종손의 생활을 보장해 주고 품위를 유지해 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때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가 협력해 종가문화를 세계화하겠다고 하니 경하할 일이다. 국가에서는 모든 종가를 다 보존하기는 어렵겠지만 유수한 종가(宗家)를 골라 종손들이 먹고 살고 품위를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좋은 방법으로는 일부 종가의 제사와 문중행사를 문화재로 지정해 국비로 이를 보존하고 종가음식을 관관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관광객이나 시민들에게도 종가음식을 현대에 맞도록 개발해 팔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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