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예고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가오면서 여야간 대격돌의 가능성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 수순 밟기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당은 여당이 강행 처리를 시도하면 실력저지로 맞서겠다고 공언, 여의도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5일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9일까지는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를 완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촉발된 안보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방 예산안과 민생예산의 조속한 집행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예산안이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다. 여의치 않으면 자체적으로 수정안을 마련,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회의가 8, 9일 예정돼 있으므로 (예산안의 본회의 통과를) 8일에 할 수도 있고, 안 되면 9일에 할 것"이라며 "큰 틀에는 변화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초 6일로 못박았던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의 예산안 처리 시한은 연장할 수는 있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김 원대대표는 "물리적으로 나흘(2∼5일)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면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결위 처리 시한 연장 입장에 대해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는 모습을 보인 뒤 9일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는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활동종료일인 5일 자정까지도 49개 부처 가운데 절반 가량만 감액심사를 마치는 '거북이 행보'를 보였다. 결국 여야는 계수소위 활동을 마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 6일로 예정됐던 예결위 전체회의를 취소하고 7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강행처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결전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예산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만큼 9일 본회의 처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9일까지 예산안 처리는 어렵다"며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따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신도 안 했는데 아들이나 딸을 낳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미진한 민생법안 통과와 함께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 활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날짜뿐만 아니라 내용을 두고도 여전히 맞서있다. 민주당은 수자원공사의 사업비를 포함한 4대강 예산 9조6,000억원 가운데 6조7,000억원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여당이 3,300억원 수준의 4대강 예산 삭감 여지를 남겨뒀지만 민주당은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이라도 4대강 예산을 민주당의 주장대로 삭감하면 당장이라도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