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벌써 14년째 경부역전마라톤을 완주했다. 달려온 거리만 해도 7,300km가 넘는다. 부산에서 휴전선이 지척인 파주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경부역전 마라톤 코스엔 그의 손때가 묻어 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육상계에서는 그를 가리켜 경부역전대회를 조율하는 '지휘자'로 부른다. 코스 조정부터 시작해 선수들의 안전출발과 차량을 통제하는 등 온갖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최종 골인지점에 다다르면 그의 목소리는 반쯤 쉬어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김정식(44ㆍ사진) 경기과장이다.
비단 경부역전마라톤뿐만 아니라 국내 각종 육상대회는 반드시 그의 손끝을 거쳐야만 밑그림이 완성된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유문종 시설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를 "육상 행정의 보배"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7박8일 동안 국토를 종단하는 역전마라톤은 이 대회가 유일합니다. 비슷한 성격의 대회가 여럿 있었지만 오직 경부역전대회만이 살아남아 56년이란 세월을 거침없이 달려왔죠. 당연히 정부차원에서 적극 후원해 통일한국 그날에 신의주까지 내처 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육상인 출신이기도 한 그는 "중장거리 선수들은 반드시 이 대회를 거쳐야만 비로소 선수로서 완성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후배들에게 헝그리 정신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경부역전대회가 열릴 때 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귀띔했다.
일본에서는 역전대회 때 마다 참가자가 줄을 잇고 또 TV 생중계로 일본 열도 전역이 떠들썩할 정도로 축제의 무대가 되는데 우리는 TV중계는커녕 선수와 예산부족으로 참가팀조차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마라톤 금메달이 나오는 게 기적 아닙니까?"그의 반문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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