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차려진 고(故)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푸른 양복과 자줏빛 넥타이를 매고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인의 영정에 조문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빈소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송영길 인천시장, 천정배 백원우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정치인과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등 각계각층의 인사 500여명이 조문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우리시대 진정한 지식인의 표상이셨던 분"이라며 "저작을 통해 사회에서 이성이 무엇이고 스스로 깨닫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줬던 선생님의 역할이 그립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족과 고인의 생전 모습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슬퍼했다. 이날 0시40분께 가족은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 입원해 있던 고인의 상태가 악화하자 한 자리에 모여 고인의 임종을 지켰다. 부인 윤영자(78)씨는 "지병으로 고통스러워하다 마지막에는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며 "가족과 생일을 보내고, 평전도 보고 가셔서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딸 미정(48)씨는 "스케이트 날 가는 틀을 손수 만들어주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인을 소재로 한 소설 <길동무> 를 집필한 소설가 윤정모씨는 "어려운 시대에 왜곡된 정서를 바로잡으려고 애쓰셨던 선생은 가장 인간적인 분이자 인생의 지표로 삼고 따랐던 사상의 은사였는데 내 모든 것을 잃은 느낌"이라며 고인의 타계를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제자였던 박상환 성균관대 교수는 "1970년대 권위주의정권 시절 당시 선생님의 저작들을 통해 민주의식에 눈을 뜨게 됐다"며 "정신적 지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상실감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길동무>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