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문제는 정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걸까.
한국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이 미국산 쇠고기 개방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것. 그때마다 김 본부장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고, 5일 브리핑에서도 양국 통상장관이 교환한 ‘합의 요지’를 보여주며 “여기 어디에도 쇠고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미국에서 이런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은 정치권의 문제 제기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국내적 대응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4일 미국의 통상전문지인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 말을 빌어 “쇠고기 개방 문제를 수주 또는 수일 내에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의 한 통상전문가도 “쇠고기는 협상 타결의 선결 조건 또는 연계된 문제였을 것이라 본다”며 이런 보도 내용에 힘을 실어 줬다.
이번에 미국 측 요구를 거절했다 하더라도 쇠고기 문제는 FTA와 별도로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2006년말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를 직접 먹는 장면을 연출하며 전면 시장 개방을 요구했던 맥스 보커스(민주ㆍ몬태나) 미 상원의원은 “한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계속 제한하면 FTA 비준을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보커스 의원은 FTA 비준을 심의하는 상원 재무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맡고 있어 그의 이 같은 발언에는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협상 타결 직후 “미국 쇠고기의 완전한 한국시장 접근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향후 미국 측의 거센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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