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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나노에서 불가사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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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나노에서 불가사의까지

입력
2010.12.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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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는 양(量)에 대한 의사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과학기술 문명과 산업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한 발명품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과학적인 방법으로 측정을 원하고 측정할 수 있는 종류도 계속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 범위도 더 작은 것부터 더 큰 것까지 점점 더 확장 되고 있다.

1875년 17개국이 미터 국제협약을 조인할 때 국제단위계로 도입한 기본단위는 길이의 미터(m), 질량의 킬로그램(kg), 시간의 초(s) 세 가지뿐 이었다. 이후 전기 단위 암페어(A)는 1946년, 온도 단위 캘빈(K)과 광도 단위 칸델라(Cd)는 1954년, 물질량의 단위 몰(mol)은 1971년에 추가 되어 지금 사용하는 7개 국제 기본단위가 확정되었다.

이 기본단위를 조합하면 현대 과학기술에서 필요한 양을 표현할 수 있는데, 기본단위를 조합한 21개의 유도단위에는 별도 이름을 붙여 사용하기도 한다. 양을 표시하는 숫자의 자리수가 많아지면 알아보기 힘들기에 단위 앞에 배수나 분수를 나타내는 접두어를 정해 두고 있다.

일상적으로 쓰는 '몇 킬로야?'라는 물음에서 킬로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몸무게가 몇 kg이냐는 말일 수 있고, 목적지까지 거리가 몇 km 인지 묻는 것일 수 있다. 자동차 속도 또는 전력 소모량을 묻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편하게 사용되는 킬로는 103 즉 1,000배를 의미하는 접두어이다.

일기예보에 쓰는 헥토파스칼(hPa)은 100배를 의미하는 헥토(h)라는 접두어를 압력단위 파스칼(Pa)에 붙인 것이다. 방송 주파수 메가헤르츠 (MHz)나 컴퓨터 용량 메가바이트 (Mbyte)는 106 즉 100만배를 의미하는 메가(M)라는 접두어를 붙인 단위이다. 아주 중요하거나 크다는 의미의 수식어'메가톤 급'도 메가(M)에 톤이라는 무게단위를 붙인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기가헤르츠(GHz) 기가바이트(Gbyte) 처럼 109을 의미하는 기가(G)라는 접두어도 많이 사용된다. 그 위로 1012배는 테라(T), 1015배는 페타(P), 1018배는 엑사(E), 1021배는 제타(Z), 1024배는 요타(Y)라는 접두어가 있다.

분수를 표현하는 접두어로 대표적인 것이 10-2인 100분의 1을 의미하는 센티(c)와 10-3 즉 1,000분의 1을 의미하는 밀리(m) 이다. 센티미터(cm) 밀리미터(mm) 밀리바(mbar)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주 작은 것을 의미하는 마이크로(μ)는 10-6인 1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접두어이다. 요즘 기술력의 상징처럼 부각되는 나노(n)는 10-9 즉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접두어로,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 m인 나노미터(nm) 수준을 다루는 기술을 의미한다. 더 작은 양의 접두어로는 10-12을 의미하는 피코(p), 10-15의 펨토(f), 10-18의 아토(a), 10-21의 젭토(z), 10-24의 욕토(y)가 있다. 10년 뒤면 테라 피코 페타 아토 등 지금은 아리송하기만 한 접두어들이 일상생활 속에 들어와 있을 것이다.

불교식 숫자 표현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1012인 조(兆)와 1016인 경(京) 과 해, 자 양, 구 등을 거쳐 1064의 숫자를 가리키는 말이 불가사의(不可思議)이다. 언젠가는 인류 문명이 불가사의를 나타낼 수 있는 경지에 오를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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