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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잔류" 기로에 선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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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잔류" 기로에 선 연평도

입력
2010.12.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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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터전인데… 우리가 다 나가면 여긴 북한군 놀이터지.”(귀도 희망자)

“머리위로 포탄이 날아가던 그곳에서 어찌 편히 먹고 자요.”(영구이주 희망자)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연평도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망가진 지 12일이 넘었다. “섬에 남길 바란다”는 일부 주민은 복구되지 않은 마을에서 겨우 눈을 붙이고 있고, 뭍으로 이주를 원하는 다수 주민도 여전히 찜찔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기관들이 주거대책에 대한 입장을 속 시원히 내놓지 않아 남느냐, 떠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선 주민들은 미묘한 갈등양상까지 빚고 있다.

4일 연평도에는 포격 이후 최대인 주민 126명과 군 경찰 등을 포함해 총 197명이 머물렀고, 5일에는 주민 105명 등 177명이 머물렀다. 상당수 주민은 “짐을 챙기기 위해 잠시 들어왔다”고 했지만 일부는 우선 섬에 머무르기로 했다. 최모(79)씨는 “김장도 하고 짐도 챙길 겸 3일 들어왔는데, 일 때문에 섬에 있어야 하는 아들을 두고 돌아갈 수 없다”며 “이주할 사람은 하고,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연평도에 복귀한 유일한 어선인 삼성호 서경원(31) 선장 역시 “함께 일하던 선원 5명은 주민등록상 주민이 아니라 이주 대상도 아니다”며 “여기서 함께 일구던 재산을 지켜서 내 식구들(선원)을 챙겨야 해서, 영구이주에만 희망을 걸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 주민은 추가도발에 대한 두려움 탓에 연평도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군 시설과 민가를 가리지 않은 무차별 포격이 발생한 이상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민들 가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

포격으로 집이 완전히 파괴된 남부리 주민 박모(42)씨는 “3~4분만 빨리 집에 갔으면 지금 여기에 나는 없다. 눈 앞에서 집이 산산조각 나며 불길이 치솟는 광경을 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다시는 그런 상황을 겪을 자신이 없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박씨 아버지(74)는 당시 충격으로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주민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잔뜩 뿔이 났다. 남는 것도, 떠나는 것도 여의치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섬에 꾸준히 남아있던 주민들은 4일 연평도를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을 찾아 “남은 사람들도 먹고 살수 있게 주거와 생업 대책을 따로 준비해달라”고 일제히 호소했다.

인천에 머무르는 주민 300여명은 5일 옹진군청과 인천시청을 잇따라 항의 방문해 조속한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모든 사안을 주민대책위와 협의해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6일 낮까지 구체적인 협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청와대 방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혼란 속에 연평도 복구 첫 과정이었던 주민참여 특별취로사업도 무기한 연기됐다. 연평면은 주민들이 복구작업에 참여하면 6만원의 일당을 지급하는 특별취로사업 신청을 받았지만 5일까지 신청자는 5명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보상 대책이 아직 없는데 과연 피해물품을 치워도 되느냐” “여기 대충 치워 살게 하려는 것 아니냐” 등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연평도=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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