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압박으로 시작된 협상이었던 만큼 3일 타결된 재협상에서는 예상대로 미국측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됐다. 한국은 협정 발효 즉시 미국이 철폐하기로 했던 관세를 4년 더 물릴 수 있도록 해줬고, 미국산 자동차의 자가 안전인증 허용 범위도 연간 판매대수를 4배 가량 늘려주는 등 자동차 분야에서 크게 뒤로 물러섰다.
승용차 관세
우선 자동차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승용차에 대한 관세. 2007년 협상 타결 당시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에 매기는 2.5%의 관세를 엔진 배기량 3,000cc이하에 대해서는 협정 발효 즉시 철폐하고, 3,000cc를 초과하는 대형 승용차에 대해서는 3년 내 단계적으로 철폐해 4년째부터는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재협상에서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관세를 4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도 당초 발효 즉시 8%의 관세를 모두 없애기로 했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1단계로 발효 즉시 4% 인하, 2단계로 4년간 관세 유지 뒤 5년째부터 철폐로 수정했다. 양국 모두 발효 후 4년간 관세를 유지하다가 일괄 철폐하기로 조정한 것이다.
화물트럭ㆍ전기차 관세
수입 화물트럭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25%로 매우 높은 수준. 당초 미국은 이 관세를 9년간 균등하게 인하해 10년째부터 0%로 만들기로 했지만 한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이 이 관세를 7년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후 관세는 2년간 절반씩(12.5%) 축소돼 10년째부터 0%가 된다.
반대로 전기차의 관세 철폐 시기는 앞당겨졌다. 당초 한국(8%)과 미국(2.5%)은 자국의 관세를 발효 즉시 인하하기 시작해서 9년 동안 균등하게 내린 뒤 10년째 되는 해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한국만 발효 즉시 8%를 4%로 감축하고 이를 4년간 유지한 뒤 5년째 되는 해에 남은 관세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의 공습이 예고된다. 미국도 5년째 되는 해에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세이프가드
특정품목의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돼 수입이 급증, 해당 당사국의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관세를 다시 원래 수준으로 복귀시킬 수 있도록 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도 도입됐다. 기존 한미 FTA에서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가 규정돼 있었지만 이번 재협상에서 자동차에 특화된 세이프가드가 신설됐다.
새로 도입하기로 한 자동차 세이프가드는 관세 철폐 이후 10년간 발동하도록 했다. 단, 완성차에 한해서만 발동할 수 있으며, 발효 후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기 전까지는 세이프가드 발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의 승용차는 관세가 유지되는 발효 후 4년간, 화물트럭은 관세가 유지되는 발효 후 9년간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이 불가능하다. 만약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관세는 FTA 발효 이전 수준(한국 8%, 미국은 2.5%)이 된다. 최초 2년에 추가로 2년 연장까지 가능해 최장 4년까지 발동이 가능하다. 발동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안전ㆍ환경 기준
한국은 미국산 차량 안전 자가인증범위를 연 판매량이 6,500대 이하 제작사에서 2만5,000대 이하 제작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물량 내에서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자동차 제작사는 현지 안전기준만 통과하면 별 다른 조건이나 검사 없이 한국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2007년 협정 타결 당시 국내에는 없던 차량의 연비 및 배출가스 등 환경기준도 미국산 자동차에는 완화 돼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국내에 판매되는 자동차에 대해 보다 강화된 연비ㆍ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인데, 2009년 기준 4,500대 이하로 판매한 제작사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19% 완화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예를 들어 승용차의 경우 연비가 리터당 17㎞ 이상 유지해야 되지만, 이렇게 완화된 기준을 적용 받게 되면 13.7㎞만 넘으면 된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모든 미국 자동차가 이 기준에 해당된다. 2016년 이후 판매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후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기타
자동차 관련 주요 규정을 개정할 때 공포 후 시행까지 12개월간의 도입기간이 부여된다. 자동차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미국산 자동차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겠다는 것. 또 주요 규제 내용에 대해 정기적으로 그 규제가 시장에 나타나는 효과를 사후 검토해 규제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사후 이행검토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양측은 신기술 또는 새로운 특성을 적용한 자동차에 대해 건강, 안전, 환경에 위험 초래사실 증명 못하는 한, 시장접근 거부나 지연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시장접근 거부나 리콜 결정시 상대측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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