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힘의 외교'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미국과 세계의 모습이 폭로된 미 외교전문(케이블)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호주 총리에게 중국 대처법을 물었고, 존 헌츠먼 주중 미 대사는 중국이 무례한 외교로 세계의 친구들을 잃고 있다며 각국 외교관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를 전했다. 4일(현지시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와 일간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 고위인사가 구글 해킹사건의 배후란 정황도 폭로했다.
힐러리, "당신이라면 뱅커와 어떻게 협상을?"
올 3월 워싱턴을 방문한 케빈 러드 당시 호주 총리에게 힐러리 장관은 "당신이라면 뱅커(Bankerㆍ은행가)와 어떻게 강경하게 협상하겠는가"라고 묻는다. 뱅커는 8,700억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보유한 중국을 가리킨다. 이에 러드 전 총리는 자신은 '가차없는 대 중국 현실론자'라며 "중국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들여 더 많은 책임을 지우도록 하라"고 말하고 "모든 게 잘못될 경우에 대비해 군사력 배치도 준비하라"고 충고했다. 러드 전 총리는 또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 문제에 관한 한 비이성적이며 매우 감정적"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중국 정책은 경제와 군사 문제를 분리한 '투 트랙'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츠먼 보고서, 중국의 호전적 외교가 친구들을 떠나 보내
올 2월 헌츠먼 주중 미 대사는 "중국의 새로운 호전적 외교정책이 세계의 친구들을 떠나 보내고 있다"며 타국 외교관들의 불만 사례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외교관은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 회의에서 중국의 무례함에 충격을 받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등이 참석한 정상회담에 중국은 외교부 2급 관료를 보내' 노(no)'만 연발하며 사실상 이 회의를 파산시켰다. 인도 외교관은 중국의 공격적 접근 때문에 미국에 협력강화를 요청했고 일본 외교관들도 중국이 중일 정상회의 준비 때 공세적이고 곤란한 요구를 해왔다고 비난했다. 다른 일본 외교관은 중국의 동중국해 해군력 증강으로 중일간 충돌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빈국 외교관들은 중국이 원조를 대가로 해 자원개발권 등을 넘길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중국 해커 고용, 구글 해킹 지시도
외교전문은 올 초 구글과 중국의 심각한 대립을 부른 구글 해킹 사건이 실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고위 인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정황을 보고했다. 이 인사가 구글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검색되자 구글의 지(G)메일 해킹시도, 미국판 구글의 검색차단 등 정치적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외교전문은 "해커를 고용해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중국 민간업체와 중국 정부가 긴밀히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2002년 이후 해킹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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