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대부업계와 제2금융권을 포함해 모든 금융거래의 최고 금리를 연 3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하자 금융권에서 법안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모든 금전대차의 최고 이자율을 연 30% 이내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최고 이자율을 연 40% 이하로 제한했으나 대통령령인 이자제한법 관련 규정을 통해 이보다 낮은 30%를 상한으로 정하고 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대통령령에 정해진 상한 금리를 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서만 상한 금리를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에는 대부업체를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이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행 44%인 대부업 최고금리가 14%포인트 낮아지게 됨은 물론, 신용이 낮은 개인이나 기업에 30%를 초과하는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업체 등 제2금융권도 최고금리를 30%로 낮춰야 한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의 논의를 거친 것이고, 시민단체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업계와 제2금융권은 물론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 정부마저 반대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대부업의 최고 금리를 급격히 내릴 경우, 영업환경이 나빠져 등록 대부업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전환될 수 있고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 이자제한법 개정안 찬성
자본주의 경제에서 대출 금리는 금융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특히 경제적 약자들의 피해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된다. 그래서 역사적이나 입법례상으로 각국은 이자제한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고리나 폭리를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이자율을 제한하는 제도(자모정식법)가 있었는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월 이자가 3%를 넘지 못하도록 했으며, 영조도 이자가 연 2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대한제국 시대에 제정된 이식규례는 약정이율이 연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이자의 총액이 원본을 초과할 수 없게 했다. 일제시대의 이식제한령은 이자 총액에 대한 제한은 하지 않았지만 약정이율만 원금에 따라 연 20~30%로 제한하였다.
해방 이후 제정된 이자제한법에서는 제한이율을 연 20%로 했다가 1차 개정을 통하여 연 4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제한이율을 정하도록 했고,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1998년 1월 이자제한법을 폐지하기 전까지 약 25년 간 제한이율을 연 25%로 유지해 왔다.
실증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사금융시장의 이자율은 시장경제 원리보다는 제한금리와 더 연관이 깊다. 옛 이자제한법 폐지 전인 1995년에 조사된 사금융시장의 평균금리는 연 24~36% 정도였으나 이자제한법이 폐지된 기간 동안에는 연 200%를 넘는 고금리가 횡행했다. 이자제한법이 다시 제정되고 난 후에는 대부업법 상의 제한금리에 근접하는 연 41.2%가 신용대출 평균금리로 조사됐다. 따라서 제한금리를 지속적으로 하향시키는 것이 사금융시장의 금리를 인하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우리나라 사금융시장은 제도권 금융시장과 분리된 시장으로서 불완전경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부업체는 우량고객에 대하여 독점력을 바탕으로 고금리 부과를 통한 이윤획득이 가능하므로, 금리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사금융시장 이용자가 위험프리미엄 이상의 과도한 고금리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리 상한 규제는 정당하다고 평가된다.
다음으로 제한이율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는 ▦폭리행위를 무효로 하는 민법의 이념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선진 각국의 이자제한에 관한 법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외환위기 전과 비교할 때,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시장평균 이자율이 모두 하락했다.
또 선진 각국의 이자제한에 관한 법제를 검토해 보면, 미국의 경우 뉴욕주가 연 16%, 캘리포니아주가 연 10%를 상한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분기별 평균이자율의 1.33배, 독일은 판례에 의하여 연방은행에서 매달 발표하는 평균 이자율의 2배 또는 평균이자율에 12%를 가산한 금리 중 낮은 금리, 일본의 경우 대출금액에 따라 연 15~20%를 제한이율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 각국은 대체로 제한이율을 연 20% 또는 그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제한이율을 연 30% 이하로 개정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법이 개정되면 시행령으로 연 20% 정도를 제한이율로 정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말로만 민생을 말할 것이 아니라 서민금융의 안정을 위하여 조속히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참여연대 서민희망사업단장 이헌욱 변호사
■ 이자제한법 개정안 반대
이번 이자제한법 개정안의 내용은 이자율 상한을 연 30% 이하로 내리고 대부업체를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에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자율 상한의 대폭 인하(44%→30% 이하)는 얼핏 보면 서민들의 금리부담이 경감될 수 있는 좋은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정책으로 인해 나타날 저신용자로 구성된 서민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이자율 인하는 대출수요의 증가와 공급의 감소로 이어져 서민금융시장의 초과수요가 커지게 된다. 지난 6월경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이 15% 수준이었는데, 이는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고 싶다고 요청한 사람 100명 중 15명만 실제 대출을 받았고 나머지 85명은 거절 당했다는 것이다. 초과수요의 증가는 대출 승인율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자율 인하의 혜택은 대출이 승인된 자에게만 돌아가고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저신용자의 수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자가 불법업체로 가게 되어 암시장(black market)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이다. 2007년 상한이자율이 연 66%에서 49%로 인하될 때 정부는 초과수요의 증가를 예상하여 그 대책으로 사회안전망 확대와 대안금융 활성화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2008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대부업 총규모 10조원 중 등록업체의 규모는 5조6,000억원, 무등록업체는 4조4,000억원이다. 대부업 총규모의 44%가 무등록업체의 공급이라는 사실에서 이자율 상한 인하와 암시장의 관계를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금리규제보다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한다.
첫째, 대출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금리규제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다소 높은 이자율은 대출수요를 줄이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시장은 동일한 상품이 거래되는 경쟁시장이 아니라 신용이 거래되는 불완전경쟁시장이라 금리규제 정책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둘째, 암시장을 없애기 위해 대안금융(마이크로 크레디트)이 활용될 수 있다. 대안금융의 원조인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유누스 박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몇 푼의 돈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빌린 돈을 갚도록 하는 유인체계(인센티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민간주도의 대안금융기관(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조합 등) 외에 지난해에 정부주도의 미소금융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안금융을 통해 건실한 소액대출 수요자를 도와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근본적으로 대안금융제도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안금융을 이용하기 위해 저신용자가 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신용자가 사라지는 신용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방법이다. 그런데 신용사회로 가는데 있어 이자율 규제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자율 인하라는 정책적 배려가 저신용자의 신용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버릇을 키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신용은 스스로 쌓아야 하며 정부나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음을 어려서부터 교육시키는 신용교육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공유를 통하여 다중채무를 막고, 신용등급의 확정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정부가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내년에 상한금리를 39%로 인하한다고 예고하였는데, 이 수준이면 서민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합법 대부업체를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고, 서민금융기관 간의 경쟁을 통한 이자율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안금융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여 올바른 유인체계를 확립하며, 불법업체의 근절 조치를 말만이 아니라 실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친 금리규제는 저신용자의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암시장을 키워서 2002년 대부업법 시행 이전의 사채시장으로 회귀하는 우를 범할 것이다.
심지홍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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