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x 72㎝, 캔버스에 유화, 1927년작, 개인소장.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는 얼굴이 둘이다. 왼쪽 얼굴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달을 바라보고 있고, 오른쪽 얼굴의 신부는 또렷한 빛 아래서 커다랗고 붉은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다. 1922년 러시아를 떠나 망명길에 오른 샤갈은 베를린을 거쳐 파리에 정착한다. 파리에서 샤갈은 자유와 빛, 그리고 서구 미술계의 인정을 동시에 얻게 된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늘 러시아에 대한 향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두 얼굴의 신부’는 샤갈의 이런 심리를 반영한다. 러시아에서 보낸 과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가 그림 속에서 교차한다. 신부 주위의 악사와 동물은 러시아에 대한 기억을 표현한 것이며, 오른쪽 아래에 그려진 여인은 샤갈의 영원한 뮤즈인 아내 벨라다. 샤갈은 이 그림을 벨라에게 바쳤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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