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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위키리크스와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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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위키리크스와 연평도

입력
2010.12.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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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무차별 공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정보 자체가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한국인에게 북한 관련 정보는 적잖은 관심거리다.

북한 내부 위기의 표출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국 외교전문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한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그리 머지 않은 시기의 북한체제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5년 이상 살 것 같지 않다"고 말한 당국자가 있는가 하면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 위원장 사망 2, 3년 안에 정치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까지 외교정책을 지휘했던 이는 "북한 내부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체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고 김정은 권력승계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 협의 일선에서 움직였고 지금도 외교정책의 중심에 있는 당국자는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중국이 막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 지도부에도 한국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돼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고 흡수통일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중국을 무마하기 위해 "한국은 북한 정권 붕괴시 중국이 통일 한국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며 "중국은 오랜 기간 북한이 붕괴할 경우 수백만의 북한 피난민이 국경을 넘어오는 것과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강화할 것을 우려해왔으나 이 같은 제안이 이런 염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중국 대비책도 눈에 띈다.

물론 이 같은 정보가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북한 외부에서 대북 정보에 가장 밝다고 할 수 있는 한국 당국자들이 매우 이른 시기의 북한 정권 붕괴를 예상하고 있고 이후 북한의 급변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전문가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다음 날 전화 취재에 응해 "북한이 무엇을 노린 것인지 지극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은 후계체제를 강화하거나 벼랑끝 협상전술로 미국과의 대화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술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너무 도를 넘어섰다"고 했다.

북한 정보지 <임진강> 편집인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같은 이도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대미 협상이나 후계 문제가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다"며 "민간인 사망자까지 나온 지상포격은 분명히 일정한 선을 넘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포격은 여유가 없어진 북한 국내사정이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매우 위기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급변사태'대비한 태세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의 급변상황이 멀지 않았다는 한국 당국자들의 대북 인식과 맥락이 닿아 있다. 갑자기 김정일이 자리보전하는 신세가 되고 권력 장악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김정은이 쿠데타에 직면해 북한 정권이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어질지 모를 일이다. 대북 전력 강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같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종합적인 한반도 위기관리태세를 빈틈없이 갖추는 일이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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