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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안보, 이것이 문제다] <4> MB정부 대북정책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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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안보, 이것이 문제다] <4> MB정부 대북정책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10.12.0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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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있는 남북관계 추구’는 지난 3년간 이명박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그 원칙은 현정부 초창기 대북 정책의 슬로건인 ‘비핵ㆍ개방ㆍ3000’ 구상이나 지난해 9월 북한의 비가역적 핵폐기와 대북 지원을 하나로 묶은 ‘그랜드바겐’ 선언에 모두 투영됐다. 현정부가 강조하는 대북 정책의 기본 원칙은 ‘북한의 비핵화’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이 검증 가능한 핵폐기 조치를 취한다면…’ 등 대북 지원과 남북관계 개선을 논하기에 앞서 늘 전제가 깔려 있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첫째 이유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핵 개발 야욕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남북간 긴장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을 제어하지 못한 대북 정책의 문제점은 원칙만 강조하는 ‘기다림의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일관성을 유지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북한의 변화를 유인하거나 도발 의지를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 거의 없었다. 북핵이란 대형 이슈에 가려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른 영역의 선택지가 줄어들다 보니 정책의 목표가 비핵화인지 한반도 평화구축인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

불분명한 정책 지향점은 정부가 내놓은 북한 관련 조치들을 땜질 대책으로 만들었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 이후 5ㆍ24조치로 대변되는 초강경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남북간 인적 교류 및 교역 전면 중단, 대북 신규투자 불허 등 북한을 옥죌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이 망라됐다. 하지만 강경 조치와 별개로 북한이 또다시 오판하지 않게끔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제재와 병행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선제적ㆍ예방적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의 대북 정책은 같은 ‘상호주의’를 표방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서독 정권과도 대비된다. 당시 콜 총리는 통일의 전초 단계로 동독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함과 동시에 규모에 상관없이 이에 상응하는 인도적 합의를 꼬박꼬박 대가로 챙겼다. 통일부 전직 고위관료는 “줄 것은 주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상호주의가 성립할 수 있는데 현 정부는 주로 북한에 받을 것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대북 정보의 부재 및 왜곡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지난 6월 6ㆍ15 공동선언 10주년 기념토론회에서 “현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은 북한 고립 및 굴복 그리고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이라는 자신들의 주관적 희망에 근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실적 방법론이 결여된 대북 정책의 취약성은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 문서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미 국무부 문서 중에는 ‘북한 조기 붕괴론’ ‘흡수통일’ 등을 연상케 하는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들이 다수 소개됐다.

게다가 정부는 화폐개혁 실패와 3대 권력세습 등 올 들어 체제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노출해온 북한발 위험 신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천안함 제재 조치 시행 이후 사석에서 종종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이 백기투항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곤 했다. 대북 소식통은 “첩보든, 정보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또 그런 정보만 수집되다 보니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지하고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 대북정책 개선 방안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후계자 김정은로의 권력세습과 관계없이 ‘선군정치’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화와 제재 어느 일방의 정책만으로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계기였다.

이런 점에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북정책의 경직성을 탈피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자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추구하지 않는 한 북한의 내재적 변화를 유도하는 ‘햇볕정책’이나 철저한 상호주의에 기반한 ‘상생ㆍ공영정책’ 모두 남북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틀로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결국 대화와 제재, 단호함과 유연함을 적절히 배합하는, 실천적 대북 정책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는 천안함 사태 이후 적어도 두 번의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7월 유엔 안보리가 천안함 의장성명을 채택한 시점과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직후에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출구전략 채택을 위한 사전 단계로서 최소한 대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력세습을 비난하더라도 김정일ㆍ김정은 체제의 현실성을 감안해서 정책과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정부는 대북전략을 짤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나 김정은 후계체제 실패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당장은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먼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고 상대를 협상 파트너로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응할 제3의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는 3일 “한반도 정세는 평화 프레임과 안보 프레임의 구도를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새로운 대북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건의했다. 북한의 핵폐기 및 정상국가화를 목표로 하는 남북관계 원칙은 더욱 내실화하면서 북한 변화 유도 정책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공동진화(coevolution) 전략’을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진 전략은 상호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국제사회 지원을 동시에 다루는 접근법에한계가 있으므로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체제보장을 통해 핵과 선군노선 포기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황지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펴낸 에서 “현재 북한은 핵 문제와 경제위기에 더해 후계체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3중고에 처해 있다”며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 문제뿐 아니라 정치ㆍ외교ㆍ경제 등 모든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고 이것은 북한 수뇌부가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선군정치를 포기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 개성공단 딜레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대북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는 개성공단 해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성공단을 철수하지 않으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하는 군사 작전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해 유사시 개성공단 체류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2004년부터 가동된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우선 남북소통의 구심점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또 121개 기업에서 일하는 4만3,000여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연간 2억5,647만달러(2009년 기준) 어치의 제품을 생산하는 대형 산업단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천안함 사태 때에도 체류인원은 축소됐지만 입주기업들의 생산 활동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남북관계가 아무리 악화하더라도 공단 문을 닫을 경우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 당시 대국민 담화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특수성을 감안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성공단 폐쇄 문제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도 신중한 기류가 많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방송기자 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면서도 개성공단의 상징성을 감안해 즉각 폐쇄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을 적지에 인질로 남겨둔 상황에선 어떤 단호한 행동도 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 체류인원 철수를 주장했다.

5일 현재 개성공단에 머물고 있는 우리 국민은 319명. 700~800명 수준을 유지했던 2주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간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 공단이 폐쇄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개성공단이 현재 남북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신변에 특별한 위해 요소가 없는 한 공단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는 중층적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간 유일한 연결 고리인 개성공단의 비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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