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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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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입력
2010.12.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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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먹더라도 내년에 담뱃값 인상을 추진할 생각이에요. 가격은 8,000원 정도면 금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담배는 술보다 휠씬 더 해로운 것이며, 특히 어른들의 흡연을 보고 배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담배로 인한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고, 이는 건강보험 적자구조의 핵심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진 장관은 금연을 보건 분야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듯했다.

_2012년 담배규제기본협약 총회의 주최국으로 우리나라가 선정됐고,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금연 문제가 하나의 담론으로 형성될 정도로 관심이 높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흡연에 대해 너무 관대해요. KT&G 등 이익단체의 로비가 워낙 강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담뱃값 인상은 고사하고 담배의 경고 그림이나 금연구역 확대 같은 비(非)가격 규제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어요. 국회에 무려 16건의 관련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비가격 규제 정책만은 제대로 추진하자는 차원에서 2일 국회 보건복지위로 달려갔어요. 각국 대사관 등을 통해 모은 주요 국가들의 담뱃값을 의원들에게 보여주고, 가격 인상 필요성도 강조했어요. 이달 안에 꼭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할 작정입니다. 이번에도 통과 안 되면 내년에 가격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_담뱃값은 어느 정도가 합당하다고 보는지요.

"여러 연구를 보면, 소비자들이 금방 적응할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효과가 없어요. 1,000~2,000원 인상은 물가 인상만 부추기는 수준입니다. 얼마전 질병관리본부가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8,000원 인상 정도면 효과가 나타난다고 나왔습니다. 그 정도면 지금의 세 배 이상인데 2012년 담배규제기본협약 총회 이전에 흡연율 추이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2009년 현재 우리나라 흡연율은 47.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8.3%를 20%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_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 자체도 불만이지만 가격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금이 건강보험 적자 보전 등 금연 이외 사업에 쓰이는 것을 문제삼고 있어요.

"옳은 지적이라고 봐요. 가격인상으로 늘어난 세원은 금연 관련 분야에 전액 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실제로 흡연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막는 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어난 세금 전체를 금연 관련 사업에 모두 투입할 수 없는 만큼, 실제 인상시 사용처에 대해선 좀더 논의가 필요합니다."

_건강보험 재정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올해엔 1조3,000억원에 이르고 고령화로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인해 적자 폭이 늘 개연성이 높습니다. 적자 축소를 위한 특단의 방안이 나와야 할 텐데요.

"건강보험 적자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면 되는데, 문제는 수입(건강보험료)을 무턱대고 올리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 지출구조를 줄이기 위해 세 가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첫째는 약제비 절감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건강보험료 중 약제비 비중이 30%로, 주요 선진국(10%)에 비해 크게 높습니다. 의약품 남용이 많다는 얘기지요. 둘째론 의사 진료에 대해 행위별수가(酬價)제(각 진료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에서 포괄수가제(사전에 정해진 진료비에 따라 지불)로 전환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시범 사업 중인데 일각에선 포괄수가제로 전환하면 의료 질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는 의사들은 과잉 진료와 처방을 막기 위해 행위별수가제로 지불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관 기능의 재정립이라고 판단해요.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 체계는 1~3차로 분류되는데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아이를 키울 때만해도 동네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대형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당연히 해소해야 할 부분입니다."

_의료기관 기능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체계 재정립을 위한 구체적 대책도 궁금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기관 간 경쟁이 매우 심한 가운데 환자 유치 경쟁 또한 이에 못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엔 의료 장비 등에 대한 공급 규제 장치가 거의 없어요. 이렇다 보니 병원들이 의료기관 크기와 관계없이 과잉투자를 하게 되고,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과잉 검사 및 과잉 진료가 횡행하는 겁니다. 이걸 막기 위해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갈 경우 자비부담을 지금보다 더 높여 1차 의료기관을 더 많이 찾도록 유도하거나, 동네병원에서 건강관리서비스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준비 중입니다. 또 과잉 검사와 진료를 막기 위해 전 의료기관이 특정 환자에 대한 검사 및 진료 내역을 공개토록 하는 전자의무기록(EHR)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병원을 옮길 때마다 고가장비로 다시 검사하는 폐해가 줄어들 겁니다. 내년 상반기에 구체적인 안을 확정할 에정입니다."

_안전성 논란이 여전한 카바(대동맥근부 및 판막치환) 문제에 대한 입장은 정리됐나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행위전문가평가위원회가 심장전문가, 임상의사, 보건통계전문가 등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했어요. 조만간 카바 수술 사망률과 질병별 환자 분류 등 쟁점 사항을 검토해 이달까지 구체적인 처리 방향(건강보험 적용 여부)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수술의 안전성 등을 종합해 최종 결정될 예정인데, 카바 수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워낙 높다 보니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현재로선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_카바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제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어요.

"보건연이 최초 연구를 시작할 때는 원칙에 따라 검증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후 건국대 송명근 교수(카바 수술 시술자)와 마찰을 빚으면서 보사연 측이 전문성과 정체성에 맞는 연구만 하면 될 것인데, (연구 결과에 대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대단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봐요. 이 때문에 보건연의 중립성과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판단해 담당 국장을 통해 보건연에 경고 조치를 내렸어요"

_한의약 분야가 많이 침체됐습니다. 한약재 중금속 오염 논란과 표준화 작업 미흡 등 내부적인 문제도 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있었던 대통령 한방 주치의가 이번 정부 들어 폐지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육성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요.

"한약에 대한 안전관리가 여전히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부족하고, 한의약 임상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 작업이 미흡한 탓에 한의계가 많이 어렵다고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현실을 감안해 한방의료 접근성 향상 및 양ㆍ한방 상호교류 확대, 한약재 신속대응 안전망 구축, 한의약 핵심기술 산업화 3대 집중 전략 등을 골자로 한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여러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어요. 내년 초 발표할 예정입니다. 대통령 한방 주치의를 이번 정부 들어 없앴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대통령께 한방 주치의 복원을 건의해 보겠어요.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양ㆍ한방 주치의가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_복지 서비스를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정해요. 취임 후 업무를 살펴보다 보니 최근 5년간 복지 예산이 꾸준히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비롯한 수혜 대상자들이 실제론 혜택의 증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이는 늘어난 예산이 일선 지자체를 통해 많이 내려가지만 담당 공무원 등의 부족으로 수혜자가 제대로 받질 못하는 소위 깔대기 현상(병목 효과) 때문이라고 판단해요. 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많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규제완화 차원에서 행정직 공무원을 줄이면서 생기는 유휴인력을 복지분야에 투입함으로써 국민들이 피부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건의했습니다. 이미 행정안전부와 총리실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약력

▦1955년 대전 출생▦대전여고 연세대 미국일리노이대학원 철학박사▦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17,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원내공보부대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재단법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육아선진화포럼 회장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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