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는 앞섰다. 하지만 피해는 우리가 컸다. 23일 연평도의 남북한 포 사격을 현재까지 확인된 탄착점을 기초로 잠정 비교한 결과다. 적의 기습 공격이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군의 대응사격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탄착군 북에 비해 안정적
일반적으로 포 사격의 정확도는 중심좌표를 기준으로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탄착군이 형성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탄착군 반경이 좁을수록 정확도가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훈련사격의 경우 먼저 6발 정도까지 포를 쏜 후 정찰감시자산으로 탄착군을 확인하고 전후좌우로 영점을 조정해 표적과의 오차거리를 줄인다.
이런 점에서 군이 대응사격한 K_9자주포의 탄착군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분포됐다. 북한 무도해안포기지에 쏜 포의 경우 탄착점이 확인된 15발은 모두 진지 안에 떨어졌다. 개머리해안포기지의 경우 확인된 탄착 20발 중 사진에 드러난 14발을 보면 5발을 제외하고는 좌우 거리인 편의오차가 130m, 앞뒤 거리인 사거리오차가 100m 안에 포함됐다.
K_9 교범에 있는 사격오차를 보면 최대사거리 40㎞를 기준으로 좌우 160m, 전후 400m가 표준오차다. 이번 포격 거리가 17㎞이므로 표준오차는 좌우가 60~70m, 전후가 170m 내외가 된다. 따라서 좌우로는 좀 벗어났지만 정도가 크지 않고 앞뒤는 규정에 맞는다.
반면 북한 포는 탄착군이 넓었다. 122㎜방사포로 K_9포대를 노렸지만 1㎞정도 떨어진 연평중ㆍ고 부근에 떨어지는가 하면 해병대 유류고를 노린 포탄도 150m정도 비껴갔다. 이외에 우체국 뒤, 야산 등 정확한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4㎞길이의 섬 곳곳에 떨어졌다.
방사포는 로켓탄이라 K_9포탄에 비해 속도가 느려 당시 강한 바람의 영향을 더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76.2㎜야포도 섬의 동서쪽 끝에 떨어진 포탄간 거리가 300m나 될 정도로 K_9에 비해 탄착군이 불규칙했다.
K_9 탄착군, 핵심 표적에서는 멀어
문제는 핵심 표적의 파괴다. 실전에서는 적의 중심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탄착군과 표적의 거리가 멀었다. 대응사격 총 80발 중 35발은 바다에 떨어졌고 개머리기지에 맞은 포탄 30발 중 탄착이 확인된 20발은 북한군의 방사포대와 동떨어진 논밭이나 더 먼 곳에서 발견됐다. 무도기지에 확인된 15발도 3발 만 막사 등 군사 시설 부근에 떨어졌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해병대는 포의 좌표를 분석해 평가할 수 있는 정찰용 무인항공기가 없었다. 바람도 불리했다. 당시 연평도에는 평균 초속 2.3m, 최대 4.4m까지 불며 변동이 많았다. 그런데 K_9에 입력된 기상정보는 해상사격훈련을 시작한 오후 1시30분께 관측된 내용이었고, 기습 공격을 받으면서 이를 수정하지 못한 채 대응사격했다. 또한 바람의 방향이 북풍이어었던 점도 문제였다. 바람을 안고 사격한 북한군보다 불리한 여건이었다.
적 기습에 응사 늦어 피해 못 줘
북한이 쏜 야포는 13, 14발이 민간 거주지역을 11, 12발이 면사무소 등 관공서를 타격했다. 특히 알루미늄 분말을 섞은 고폭탄을 사용한 데다 목표물 앞에서 터지는 근접신관 방식이어서 위력이 셌다. 해병대 진지 안에도 상당수가 떨어졌다. 병사 2명, 민간인 2명이 사망한 것은 그 때문이다.
북한의 피해 규모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군의 대응사격이 13분 걸린 것에 비춰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군이 전투명령에 따라 선제사격을 한 뒤 철수하기까지 10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한국군의 대응사격 시 막사 등에 남은 인원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군이 무도기지에 쏜 15발 중 3발만 K_9의 살상반경인 50㎙ 이내에 막사 등 북한군 시설이 있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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