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너무 망쳐 이번 대회에 안 나가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자존심을 회복하라'며 출전명단에 포함시켰습니다. 고향(경기 성남)망신만 시키지 않으려고 뛰었는데....."
경기 대표 김영진(27ㆍ삼성전자)이 3일 열린 경부역전마라톤 천안~서울 대구간(91.3km)중 6소구간(병점~수원 9.3km)에서 1위로 골인, 노장투혼을 선보였다. 지영준(29ㆍ코오롱)과 함께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김영진은 실망스런 성적으로 짐을 싸야 했다. 김영진(수원시청)은 광저우에서 2시간24분18초로 9위에 머물렀다.
육상계에서는 지난 7,8월 강원 횡계에서 강도 높은 하계전지 훈련으로 체력을 다진 김영진에 대한 기대가 내심 컸다. 실제 8월 대구에서 열린 내년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예행 연습때는 지영준을 제치고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는 등 유난히 더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줘, 육상계 안팎에서 "광저우에서도 통하는 게 아니냐"는 희망이 있었다.
김영진은 이에 대해 "그 동안 잦은 부상으로 발목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내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뛰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는 그는 그러나 "경부역전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며 "내년 3월 동아 국제마라톤에 출전해 2시간10분 이내 골인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원시청에서 삼성전자로 소속팀을 바꾼 김영진은 "무더위 속에 치르는 레이스에선 누구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세계선수권에서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전자 마라톤 오인환 감독은 "(김)영진이가 지구력은 좋으나 스피드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동계훈련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완하면 승부를 걸만하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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