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월드컵 유치전의 진정한 승자는 푸틴.'
러시아가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2일 세계 언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58) 총리의 카리스마와 영향력이 국제축구연맹(FIFA)를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이번 유치성공으로 내년 러시아 대선 결과가 이미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푸틴의 대통령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푸틴은 3선 금지법에 따라 자신의 오른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5)에게 권좌를 내주고 총리로 물러나 있다.
푸틴 총리는 개최국으로 선정된 이후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가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만났으며,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하다"고 감격에 찬 소감을 말했다고 2일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푸틴은 월드컵 유치에 사활을 걸고 로비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투표를 앞두고 영국 등 다른 경쟁국들이 러시아의 뇌물설을 거론하자 FIFA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정한 결정을 존중하며 부담을 주지 않으려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 전력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언론들도 푸틴의 불참을 러시아의 열세 조짐으로 봤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반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WP로부터 '후보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등 별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 건으로 푸틴 총리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야심에 쐐기를 박았다. 또 최근 위키리크스에서 공개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여론 단속에도 유리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3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푸틴이 "조만간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다음 대권을 누가 맡을 것인지 합의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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