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의 제2차 핵실험과 관련 이스라엘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이 미국 측에 무력사용 등 강경 대응을 촉구한 사실이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통해 3일 드러났다. 지난해 6월2일자 전문에 따르면 바락 장관은 미 의원들에게 “미국이 북한에 직접 맞섰더라면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이란 등에 ‘종이 호랑이’로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과 북한에 맞설 때는 “어떠한 옵션도 배제해선 안 된다”며 대화는 믿을만한 군사적 옵션과 결합될 때만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 국무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생체정보 등의 수집을 비밀리에 지시했다고 해 파문이 일었던 전문은 사실상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시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문서 내용은 국무부 외부로부터 온 것”이라고 언급한 그 ‘외부’의 실체가 CIA라는 것이다. CIA는 해마다 수집해야 될 정보의 ‘희망목록(wishlist)’을 만들어 미 국무부에 전달했다. 가디언은 “이 희망목록이 매년 CIA의 휴민트(인적 정보) 책임자에 의해 제작돼 국무부로 전달됐으며, 국무부가 해당 임무를 미 외교관들에게 지시했다”며 “국제법 위반 여부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희망목록에 따른 정보 수집 행위도 이날 폭로됐다. 헝가리 등 동유럽과 남미 파라과이 주재 미 외교관들은 중국과 이란을 포함 현지 다른 외국 외교관들의 생체정보는 물론 전화통화 내역, 인터넷 계정과 비밀번호 정보 등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뉴욕타임스가 추가 공개한 전문에 따르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최고에서 최악으로 전락했다. 2005년 11월 전문은 카르자이 대통령을“미국을 사랑하는 자신감 넘치는 인물”로 평가했다. 그러나 2007년 전후부터 “부패 해결에 관심 없는 인물들을 등용했다”는 악평이 나오기 시작, 이후 “아랍에미리트는 그가 없으면 아프간이 훨씬 나아질 것으로 평가”, “반 총장이 ‘이중 인격자’라고 말해”라는 식의 악평 일색이었다. 또 아프간 지도층 대부분이 부패한 것으로 묘사됐으며 뇌물과 횡령이 ‘표준’이 된 사회로 평가됐다.
또 다른 전문에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아주 완고하고 말도 안 듣는 동맹”으로 묘사됐다. 전문엔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를 “최악의 통제 불능 총리”로 혹평하는 내용도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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