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하나의 예술장르로서 감상하는 동시에 전 세계 독자들이 함께 읽을 수 있게끔 고심한 제 흔적을 담아봤습니다."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인 이구용(45) 임프리마코리아 상무는 '한국문학 해외 수출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다. 저작권 수입 대국인 한국 출판계에서 대다수 에이전트들의 업무는 해외에서 보내온 책들을 검토해 그 출판에 어울릴 만한 국내 출판사에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상무는 이런 관행을 탈피, 한국문학 작품을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린 이다.
1996년 임프리마코리아에 입사, 해외 문학 작품을 국내 독자들에게 읽히며 보람을 느꼈던 이씨가 한국문학 작품의 해외 소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때는 2000년 초. 한류 붐을 타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드라마나 영화 관련 한국문학 작품이 소개되는 정도였던 당시 그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에 한국문학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포부를 품기 시작했다. 2004년께부터 그가 해외에 소개한 작가는 김영하, 김훈, 신경숙, 이문열씨 등 한국문학의 대표들을 아우른다.
<소설 파는 남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발행)는 이처럼 한국문학 수출에 나섰던 그의 경험담을 묶은 책.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그 작가의 해외 진출 전략을 짜고, 그것을 실행하고, 그후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소설>
때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시시콜콜한 노하우까지 털어놓는데, 그는 "한국문학의 해외 소개를 위해서는 작가, 번역자, 에이전트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며 "에이전트로서 이룬 성과야 미미하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나도 한 번 이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털어놓았다.
용모와 능력이 출중해도 제때 배필을 못 만나는 사람이 있듯,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손꼽히는 우리 작품도 해외 반응은 시들할 수 있고, 국내에서는 대중성이 떨어지지만 해외에서는 주목받는 작품이 있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눈여겨보는 것은 경륜이나 유명세보다는 작가의 개성이다.
주시하고 있던 개성 넘치는 작가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을 때 기쁨은 더욱 크다. 예를 들어 흥미진진한 서사보다는 강렬한 이미지가 지배적인 소설가 편혜영씨의 작품에 대해 해외 출판계가 관심을 보였을 때 그는 "시집 간 딸이 시댁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친정 어미의 심정이었다"고 말한다.
이씨가 해외에 소개하고자 하는 작가는 평단의 공인을 받은 순수문학 작가부터, 김진명씨나 이정명씨 등 이른바 통속작가로 분류되는 이들,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잘가요 언덕> 이라는 소설을 낸 탤런트 차인표씨까지, 범주가 넓다. 그는 "솔직히 대부분의 해외 출판인들은 아직 한국에 어떤 작가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며 "지금은 한국문학에 이런 작가와 저런 작가가 다채롭게 어울려 있다는 사실을 우선 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잘가요>
한국문학 수출의 제1선에서 뛰고 있는 만큼 한국 작가의 노벨상 수상 여부는 그에게도 관심사다. 그는 "소설로만 한정했을 때 한 작가의 장편소설 5편이 15개 이상의 언어권에서 20년 동안 번역될 정도는 돼야 한다"며 "한국만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다루면서도 인간 보편의 고민과 갈등이 들어간 작품이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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