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동네에 1년 전 새 어린이도서관이 생겼다. 그런데,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날 만큼 건물 모습이 위압적이고 우악스럽다. 어린이도서관을 꼭 이렇게 지어야 하나 불만이었는데, 최근 어떻게 지어야 어린이도서관다운지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 전국의 '기적의 도서관' 6곳을 설계한 건축가 정기용이 쓴 <기적의 도서관> (현실문화 발행)이다. 기적의>
잘 알려진 대로 기적의 도서관은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와 시민단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펼친 캠페인에 지자체가 땅을 내줘 민관 협력으로 거둔 결실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다운 도서관을 짓자는 이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여러 형태로 힘을 보탠 결과 2003년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전국 10곳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겼다.
정기용의 책은 일종의 보고서다. 이 기적 같은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 건축가로서 여기에 쏟아부은 꿈과 기적의 도서관이 지역사회에 가져다준 행복을 자세히 알리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도서관을 짓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구석구석 세심하게 배려한 그의 정열이 감동적이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 문을 열었을 때 당시 순천시장이 그에게 들려준 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나서 아이들이 정말로 미친듯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어린이도서관이 왜 필요하며, 어린이도서관답게 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는 말이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이후 지자체마다 어린이도서관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지만 '다른 데 것보다 더 크게'가 목표인 경우가 많다. 이건 아니다. 어린이가 행복한 도서관, 그게 정답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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