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결은 종종 일반인의 의문을 부른다. 재판부가 특별히 ‘실체적 진실’의 판단을 그르치거나 법리 해석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낯선 법의 잣대보다는 상식이나 스스로의 도덕감정에 기초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기 쉬운 일반인의 인식 습관 때문이다. 대표적인 습관이 ‘무죄’판결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대개의 무죄 판결은 ‘아무런 죄가 없음’이 아니라 ‘검사가 죄 있음을 입증하지 못함’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법관의 의심이 확신에 이르지 못한 결과일 뿐인 무죄 판결을 모든 의심이 사라진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항소심 무죄 판결 논란도 비슷하다. 한쪽은 “거봐라, 무죄 아니냐”고 떠벌리고, 다른 쪽은 “허위가 인정됐다”거나 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떠든다. PD수첩 보도를 두고 처음부터 엇갈렸던 태도만 확인시키는 아전인수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쟁점이 된 보도 내용 일부가 “지나친 과장이나 번역 오류로 인한 허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과장이 있었다고 해서 허위사실을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행위는 있었지만 ‘고의’는 없었다는 뜻이다.
■PD수첩 보도가 명예훼손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은 충족했지만 주관적 구성요건을 결여했다는 판단이니, 굳이 다음 단계인 위법성 판단으로 갈 것도 없이 이미 무죄였다. 재판부가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익’보도 여부까지 판단,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쇠고기 수입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는 공익성을 가진 방송”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해를 도우려는 일종의 서비스라고 볼 만했다. 결과적으로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었더라도 그것을 사실로 여겼고, 또한 공익 목적을 위한 보도라면 위법성이 사라져 죄가 될 수 없다. 충분히 수긍할 만한 판결이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수긍이 2008년 당시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느꼈던 의문이 지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애초에 이 문제는 범죄 여부보다는 보도윤리가 핵심 쟁점이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 넓은 인정 흐름으로 보아, 또 악의적 보도조차도 ‘공익’목적을 부인하기 어려운 보도기관의 속성으로 보아 법적 다툼은 지나친 감이 있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의 일부 ‘허위’인정에 옷깃을 여며야 하는 것도 언론기관 종사자라면 사법적 판단 이전에 가장 먼저 직업윤리, 보도윤리에 자신을 비추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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