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뜬금없이 KTX 타고 서울 가서 인사동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내 기억 속에 어머니가 인사동 구경 간다고 동생이 용돈을 듬뿍 드린 장면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다녀오시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그 여행의 기획자며 안내자였던 어머니 친구분이 갑자기 아프셔 취소되었다고 하십니다. 동생이 준 용돈도 눈처럼 다 녹아버렸다고 ‘실토’하십니다. 저는 꽤 많이 인사동 구경을 했습니다. 시인들과 약속이 인사동에서 많았고, 술자리도 인사동에서 많았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십 년을 인사동 나들이 하다 보니 별다른 느낌이 없는데, 어머니는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인사동이란 곳이 보고 싶은가 봅니다. 어디 인사동뿐이겠습니까. 어머니가 가고 싶은 곳이 얼마나 많았겠습니다. 앞앞이 자식에게 말하지 못하다, 인사동 이야기를 꺼냈는데 타박부터 먼저 했으니 저란 놈, 참 불효자입니다. 저는 어머니를 제 시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시킵니다. 친한 벗들은 ‘자네는 어머니가 없으면 시를 쓰지 못할 것이네’라며 놀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어머니께 저작권을 몽땅 드리는 대신 인사동 나들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KTX 특실을 예약하고 모자가 사이좋게 갈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드리고 맛있는 식사도 대접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 어머니, 아직 KTX도 타보지 못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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