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란 지음
글항아리 발행ㆍ544쪽ㆍ3만2,000원
플라톤의 ‘파이돈’을 보면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는 실로 의연하다. 그는 감옥에서 독배를 들기 직전 친구와 제자들이 흐느끼자 “조용히 하라”며 그들을 나무란다. 그가 죽음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영혼불멸을 믿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은 영혼이 육체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기뻐할 일이었다.
그리스 철학과 신화 연구자인 장영란씨가 쓴 <영혼의 역사> 는 그리스 철학, 특히 플라톤에서 만개한 영혼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등장해 변천했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근대 이성주의 철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왜소화시킨 영혼의 개념을 그리스 신화와 철학에서 찾고 있다. 그리스 신화나 철학자 등을 주제로 한 서양미술사의 유명 그림과 조각 등이 컬러도판으로 책에 풍부하게 담겨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혼의>
‘영혼’의 그리스어는 ‘프쉬케(psyche)’로 숨쉬다를 뜻하는 프쉬코(psycho)에서 유래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서사시의 시대에만 해도 영혼관은 명확하지 않았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는 장면을 “헥토르의 영혼(psyche)이 육체를 떠나 하데스의 집으로 갔다”고 묘사하는데, 이처럼 영혼은 사람이 죽을 때 떠나는 그 무엇이었다. 그리스 비극 시대에 오면 영혼은 ‘자아’의 기초적 의미를 확보하고, 그리스 철학 시대에서 영혼은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정립된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영혼은 생명력은 물론 감각, 감정, 상상력, 사유, 추리, 판단 등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철학의 임무는 영혼을 돌보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영혼이란 말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풍부한 감성마저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영혼의 의미를 새삼 일깨우는 책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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