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공기업 비판은 좋지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공기업 비판은 좋지만

입력
2010.12.03 01:32
0 0

공기업은 동네북이다.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내용을 비롯해 공기업 관련 기사들은 방만 경영을 비판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총 자산규모 881조원에 이르는 280여 개 공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적절한 감시와 견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의 이면에 흐르고 있는 시장 혹은 효율성 제일주의 또한 경계해야 한다.

물이나 전력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공기업이 담당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런 분야에서는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공기업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는 대부분 우리 생활에 필수적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서비스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접근을 보장하는 형평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외진 시골 마을에도 경제적 타당성을 떠나서 기본적인 수도나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과 효율성에 치우쳐

이 때문에 공기업들은 어느 정도 적자와 그에 따른 부채 누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공기업을 평가하는 데는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그들이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수준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고려할 때 얼마나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제공하였는지는 재무제표에 나타난 공기업의 재정적 성과 못지 않게 중요한 지표이다.

해외에서 10년간 생활하며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 수준은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1년 전력산업에 민영화를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로 고통 받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전력서비스는 1년 내내 정전이 거의 없고 가격도 월등히 저렴한 편이다. 물이나 가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만약 이러한 분야에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가 만병통치약처럼 적용된다면, 국민이 지금과 같은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계속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기업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기관이다.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지금까지 그 기능을 훌륭하게 담당해 왔다. 대다수 국민이 누리고 있는 양질의 공공서비스가 바로 그 증거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공기업을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며 도덕적 해이에 빠진 부도덕한 집단으로 일방적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효율성 기준에만 치우친 불공평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선 오히려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공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을 게으르고 욕심 많은, 그래서 시장의 경쟁을 통해 도태시켜야 할 대상으로 낙인 찍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공기업 선진화 방향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 강화 힘써야

물론 공기업들이 민영화를 통한 경쟁과 효율성의 담론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스스로 끊임 없는 혁신 노력을 해야 한다. 상황에 따른 기득권의 양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 도입 등 공기업 구성원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과감히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를 통해 공기업에게 덧씌워진 방만 경영, 비효율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공기업이 지난해 적극적 경영합리화 노력으로 수백억원을 절감하고, 노사 합동으로 장기기증 및 재래시장 활성화 운동을 전개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공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효율성의 잣대로만 공기업을 평가하려는 시장주의자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