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서열화 뚜렷… 평준화 지역이 수능 평균 더 높아강상진 교수 16년 자료 분석
고교 유형별로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균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제고→ 과학고→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일반계고의 순으로 '학력 서열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고에서 중간 석차인 학생은 일반계고에선 상위 16%에 속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 다양화 정책이 교육 과정의 다양화보다는 고교 서열화와 교육 격차의 심화로 이어져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상진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2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자료 분석 심포지엄'에서 '5ㆍ31교육개혁 이후의 고교간 교육격차 추세 분석' 논문을 통해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논문은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ㆍ31 교육개혁 발표 이후 16년간 고교 유형에 따른 수능 평균점수를 분석한 것이다. 강 교수는 "외고와 일반고는 언어 영역에서 평균 6점 안팎, 외국어 영역에서는 10점 안팎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규분포 이론에 따르면 이 격차는 '외고 상위 50%= 일반고 상위 16%'를 의미한다.
수능 점수가 가장 높은 학교는 과학고와 국제고로 200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국제고는 언어(62~66점), 외국어(63~67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 설립 목적에 따른 교육과정의 특수성은 수능 성적과 연관성이 낮았다. 1995~2006학년도까지 과학고 학생들의 외국어 성적(60~71점)은 외고 학생(59~66점)보다 높거나 비슷했고, 국제고 학생들은 2005학년도까지 수리 영역 점수가 66~69점으로 과학고 학생들(63~68점)을 오히려 앞질렀다.
결국 특목고들은 특화된 교육 과정 대신 입시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운영된 셈이다. 강 교수는 "고교 다양화는 치열한 대입 경쟁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특목고의 수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준화 지역 고교의 수능 점수는 비평준화 지역 학교 성적보다 높았다. 강 교수는 "조사가 이뤄진 16년 동안 언어 수리 외국어 전 영역에서 평준화 지역 학생의 성적이 높았다"며 "평준화 정책이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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