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영어 사용 확대… 스트레스 역효과 우려도
한 대기업의 A상무가 매일 아침 6시 회사로 출근,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영어공부이다. 그러나 원어민 영어 강사와 전화로 대화를 하는데 2년동안 빠뜨리지 않고 했는데도 영어 실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A 전무는 “승진 심사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솔직히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면 업무 생산성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 기업들의 인적 구성과 진출지역이 전 세계로 확대되며 사내 영어 공용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임원들의 영어 업무보고를 내년에는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부장과 그룹리더 대상의 어학교육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5월부터 임원회의 자리에서 임원들이 영어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경기 수원 사업장에서 진행되는 전략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이 회의는 세계 각국 법인장과 현지 임원들이 참석,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필수다. LG전자도 외국인 임원이 급증했던 2008년부터 사내 영어 공용화를 추진해 임원회의는 물론 보고서 등 각종 서류 작업에도 상당 부분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불가피한 추세로 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법인 설립이나 해외 기업과의 합작 등을 통해 갈수록 국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어 사용 능력은 필수 덕목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경우 “기업의 진정한 글로벌화는 현지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통해 완성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물론 외국인 임원들의 증가도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도한 ‘영어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진행 및 문제해결 속도가 느려져 결국 기업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LG전자가 최근 외국인 부사장 5명을 전원 한국인으로 교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 뿐 아니라 개발, 디자인, 구매, 기획 등 전 부서에서 영어를 사용해야만 업무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업무능력보다 어학능력이 더 중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 는 오히려 역효과가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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