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A 절차 경직 인수 기업 경영권 적극 행사"
"시쳇말로 매판자본의 앞잡이도 했지만, 이제는 토종펀드에서 한국 금융산업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수ㆍ합병(M&A)의 귀재'로 통하는 박병무 보고펀드 공동대표가 2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내 토종1호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에 합류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10년간 국내 최대 로펌(김앤장)의 M&A전문 변호사, 엔터테인먼트회사(플레너스) 최고경영자(CEO), 외국 사모펀드(뉴브리지캐피털ㆍ현 TPG아시아펀드) 한국 대표, 통신사(하나로텔레콤) CEO로 변신하며 부와 함께 명성과 악명도 얻은 그가 합류한 뒤, 보고펀드가 어떤 전략을 펼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뉴브리지캐피털 이후 5년 만에 사모펀드 업계로 돌아온 박 대표는 "사모펀드의 본래 취지에 맞게 10년을 내다보는 장기투자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자금규모나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내년에는 '블라인드 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출범하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사모펀드가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투자회사에 대한 적극적 경영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모펀드는 단기에 수익을 회수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투자한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파견 등 적극적인 경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입찰 참가 의향을 밝힌 우리금융에 대해서도 "경영권 행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정부와 채권금융기관 주도하는 우리나라 기업 매각작업이 지나치게 경직되게 진행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M&A에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상생하려면 팔리는 기업을 많이 들여다보고 적절하게 가격을 협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냥 딱 자료만 주고 언제까지 써내라고 한다"며 "공정성을 중시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절차가 너무 경직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주도로 설립된 보고펀드는 6,500억원 가량의 자본을 바탕으로 지난달 지분을 인수한 동양생명을 비롯해 비씨카드,노비타, 아이리버, 실트론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