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이 임박한 2일 오후 5시40분께 합참 관계자가 급히 국방부 기자실을 찾았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으로 북한측이 입은 피해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의 개머리 방사포 진지를 중심으로 다수의 탄착이 형성됐고, 무도의 해안포대 관련 시설에도 탄착이 형성됐다." 군사비밀이라며 공개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군 설명 중 가장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듣는데 기자들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날 설명회도 군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자리라고 할 수 없었다.
이날 아침 일부 언론에 미국의 상업위성이 촬영한 북한 개머리 해안포기지 사진이 공개되면서 기자실은 술렁였다. 우리가 쏜 포탄이 방사포나 해안포 진지가 아니라 주변 논밭에 떨어진 모습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군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포탄 대부분이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군은 명확한 답변 대신 의혹을 부추기는 브리핑만 했다. 위성사진의 진위를 설명하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군은 "북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하지만 무책임한 이런 군의 태도가 바뀌는 데는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위성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자 불을 끄기 위해 부랴부랴 기자실을 찾아왔다. 내용을 숨기고 있다가 부정적 보도만 나오면 해명하는 구태를 재연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사망한 군인도 있고 하니 과도한 보도를 삼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군사비밀을 섣불리 공개하지 못하는 군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군이 표현한 '과도한 보도'를 유발한 주체는 다름 아닌 군이다. 상황을 대충 알리면서 무조건 믿으라는 구습은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실추된 군의 신뢰를 되찾고, 고인에 대한 명예도 지키는 길이다.
강철원 정책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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