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00의 얼굴을 가진 커피, 핸드드립으로 즐기는 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00의 얼굴을 가진 커피, 핸드드립으로 즐기는 법

입력
2010.12.02 12:03
0 0

오늘날 커피는 더 이상 ‘아침잠을 깨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커피값이 식사값을 넘보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됐고 주문대에서 길고 긴 커피이름을 부르는 데에도 익숙하다.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 이후 급성장한 에스프레소 커피는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의 손마다 컵을 하나씩 들려주었다. 커피콩의 생산지가 어디며 누가 어떻게 볶았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물을 줄 아는 커피 마니아층도 형성되고 있다.

커피의 마력은 무궁무진한 맛과 향에 있다. 흔히 600~800가지 맛과 향을 내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같은 커피 품종이라도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어떤 맛은 강해지고 어떤 향은 날아간다. 그 맛과 향을 어떻게 뽑아서 물에 담그느냐도 각각 다른 맛을 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맛과 향의 극히 일부분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커피에도 이런 맛이 있구나 하고 깨달은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고 음미하게 된다. 한번 와인에 빠지면 고시 공부하듯 품종 산지 연도 등을 따져가며 마시는 것과 흡사하다.

이러한 커피의 매력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핸드드립 커피다. 기계로 높은 압력을 가해 수십초만에 커피성분을 뽑아내는 에스프레소가 패스트 커피라면 핸드드립 커피는 말 그대로 손으로 주전자물을 부어 추출해 마시는 슬로 커피다. 핸드드립 커피는 커피 품종이나 로스팅(볶음) 강도뿐만 아니라 분쇄 정도, 물의 온도와 따르는 방법, 드리퍼(커피를 거르는 용기)의 종류 등을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저마다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안명규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은 “에스프레소가 스포츠카라면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정성이 담긴 핸드드립은 고급 세단차에 비유된다”고 말한다. 맛의 차이도 있다. 핸드드립에서는 커피의 지용성 성분이 종이 필터에서 걸러져 에스프레소보다 담백해진다. 안 회장은 그래서 “한식을 먹고 난 뒤엔 깔끔한 핸드드립 커피가 어울린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로스팅은 강하게 할수록 진한 커피 맛이 잘 우러나오지만 은은한 향은 날아가 버린다. 때문에 진한 커피맛을 추구한다면 강하게, 달콤하고 감미로운 향을 살리기 위해선 약하게 볶아야 한다. 그런데 커피콩의 종류마다 개성이 달라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로스팅을 해야 한다. 20년간 로스팅을 전문적으로 해온 전광수 커피하우스의 전광수 대표는 대표적으로 맛이 좋은 커피로 케냐, 과테말라, 만데린(인도네시아산)을, 향이 좋은 커피로 블루마운틴(자메이카산), 코나(하와이산)를 꼽는다. 케냐를 약하게 볶거나 블루마운틴을 강하게 볶아선 커피콩 본연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커피 콩은 잘게 분쇄할수록, 물의 온도는 높을수록 커피 성분이 많이 추출된다. 일반적으로 로스팅을 약하게 하면 추출이 잘 안 되므로 분쇄를 잘게, 물 온도를 높게 한다. 반대로 강하게 로스팅한 커피는 맛이 너무 쓰거나 떫지 않도록 분쇄는 굵게, 물 온도는 낮게 한다. 드리퍼도 모양에 따라 물이 빠지는 시간이 달라져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멜리타는 물이 빠지는 시간이 긴 편이고 회오리 모양의 돌기가 있고 구멍이 큰 하리오는 물이 빨리 빠지는 편이다.

이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선호에 달려있다. 커피 성분을 가장 잘 뽑아내는 방법은 강하게 볶고 잘게 갈고 오래 뜨겁게 우려내는 것이지만 그러면 쓰고 떫은 맛까지 다 우러나와 오히려 커피 맛이 안 좋아진다. 물이 뜨거워도 순식간에 추출을 끝내면 쓰고 떫은 맛은 채 추출되지 않아 맛이 좋다. 또는 로스팅은 강하게 하되 커피콩을 굵게 갈고 물 온도를 낮추면 맛있는 성분만 추출할 수 있다.

핸드 드립 실전 1. 구수한 커피 향 잡기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커피맛을 모색하며 우리커피연구회를 창립한 이정기씨는 쓴 맛이 적고 구수한 커피를 만드는 추출법에 독창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씨는 “경험적으로 관찰한 결과 시애틀처럼 우중충하고 쌀쌀한 기후의 지역에선 무겁고 강한 향의 커피를 선호하고, 이탈리아 북부 같은 유럽에선 약하게 볶아 가볍게 커피를 즐긴다”며 “우리 입맛에는 구수한 맛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립된 우리커피연구회의 커피는 한 마디로 감미로운 향은 최대한 살아있고 맛은 순한 커피다.

이씨와 함께 다동커피집을 운영하고 있는 신현봉씨가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선택된 커피는 에티오피아산 코케. 국내 소개된 지 얼마 안 된 코케는 상큼한 과일향이 매력이다. 이 향이 최대한 날아가지 않도록 커피콩은 약-중 정도로 볶는다. 커피를 가열하다 보면 콩이 갈라지는 크래킹이 두 번 일어나는데 첫번째 크래킹이 완전히 끝나고 두번째는 일어나기 전까지 볶는 것이다. 분쇄는 약간 잘게 한다.

이제 드리퍼에 커피와 물을 붓고 추출하는데 이 과정이 결정적이다. 신씨는 96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물줄기를 가늘게 해서 소량만 붓는다. 커피를 적시고 아래로 10방울쯤 떨어질 정도만이다. 1분30초 동안 커피를 물에 적신 뒤 물을 조금 더 부어서 15㎖ 정도만 추출을 한다. 한번 더 물을 부어 15㎖ 정도를 더 추출한다. 이것으로 추출은 끝이고 여기에 물을 넣어 희석해 마신다. 이 방법은 커피 속으로 물이 스며들 시간은 충분히 주되 커피성분의 분리 추출은 재빨리 해서 진한 맛은 그냥 남겨두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코케는 보통 커피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시고 감미로운 향이 코를 행복하게 적신다. 짠맛이 살짝 어우러져 맛의 무게감을 약간 주는데 자극적인 쌉쌀한 맛이나 떫은 맛은 전혀 나지 않는다. 옥수수차보다 구수하고 달콤하다. 신씨는 “하루 종일 물처럼 마셔도, 밥과 같이 먹어도 좋은 커피”라고 말했다. 그는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원두가 중간 이상으로 강하게 로스팅되어 있는데 그래서는 커피의 가장 좋은 향을 놓치기 십상이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덧붙이는 팁 하나. 그는 “녹차 역시 같은 방법으로 추출하면 떫은 맛이 전혀 없이 구수하고 단 녹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잘게 분쇄한 녹차 티백에 85도 정도의 물을 그냥 내리붓듯 순식간에 추출을 해서 마시면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거의 추출되지 않아 녹차가 달기까지 하다.

핸드 드립 실전2. 진한 커피 맛 살리기

핸드드립 커피는 에스프레소만큼 진한 커피는 못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핸드드립은 뭐든지 가능하다. 전광수씨가 향보다 맛을 즐기기 위한 커피로 선택한 것은 케냐. 그는 “케냐는 다른 커피와 섞이면 다른 커피의 맛을 모두 압도해 버릴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강한 맛의 케냐 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표면에 기름기가 흐를 정도로 강하게 볶는다. 전씨는 “커피는 볶을수록 쓰고 단 맛이 강해지며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사라지는 대신 카라멜향이나 송진향이 난다”고 말한다.

볶은 콩은 중간 정도 즉 백설탕 입자보다 조금 더 굵은 정도로 갈고 물의 온도는 85도 정도로 낮게 했다. 강하게 볶았기에 너무 과도한 추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한 것이다. 커피의 양은 평균 한 잔에 15g 정도를 넣는데 스트롱 케냐를 만들기 위해 커피의 양을 20g 정도로 늘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냐는 코케와는 색깔부터 달랐다. 코케가 부드러운 갈색을 띤 반면 케냐의 아프리카를 연상케 하는 검은 색이다. 이 색은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진하고 쌉싸름한 커피 맛이 혀를 사로잡는다. 전씨는 “보통 우유, 아이스크림 등과는 에스프레소만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렇게 진하게 추출하면 핸드드립도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실 때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할 것은 물론 어떤 종류의 커피원두를 먹을 것인가이다. 맛이 좋은 커피와 향이 좋은 커피를 구분해서 제시한 전씨는 “몇 가지 커피를 시음해서 자신이 향을 즐기는 사람인지 맛을 즐기는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나면 커피 선택이 쉬워진다”고 조언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