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일 서울중앙지법 421호 법정. PD수첩 관계자들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사건 당사자들을 비롯해 100여명의 방청객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러나 1개월 전 1심 선고 때 판사를 향해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재판장인 이상훈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자 방청객들은 숨을 죽인 채 귀를 쫑긋 세웠다. 특히 유ㆍ무죄 선고에 앞서 PD수첩 보도의 핵심 내용 5가지 가운데 3가지가 허위라는 판결문 내용이 낭독되자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인 조능희 PD는 주먹을 꽉 쥔 채 눈을 감았고, 고소인인 정 전 장관은 침착하게 판결 요지를 메모했다. 한 시간 가까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재판장이 “일부 허위내용이 인정되지만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PD수첩 제작진의 표정은 갑자기 환해진 반면, 정 전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바뀌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PD수첩 취재 원본 비디오 테이프를 검증하는 등 꼼꼼한 사실확인 작업을 거쳐 이날 선고를 내렸다. 1심 재판 당시 검찰은 “PD수첩 측에 비디오 원본 제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지만 재판부의 거부로 원본 검증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선고 직후인 5월 27일 PD수첩 제작진에 용어와 문맥을 파악하기 위해 PD수첩 취재 원본 비디오 테이프를 제출해줄 것을 명령했고, MBC 제작진이 “취재원 보호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비디오 테이프 공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옴에 따라 비공개적으로 원본 테이프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과정 끝에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보도한 대목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 광우병으로 묘사한 PD수첩의 방송내용 등을 1심과 달리 허위로 판단했다.
항소심 공판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무렵,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 쇠고기협상 당시 수석대표이자 이 사건 고소인의 한 명인 민동석 외교통상부 단장을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임명해 ‘오기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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