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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민영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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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민영교도소

입력
2010.12.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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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경기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야트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국내 최초의 민영 교도소가 자리를 잡았다. 개신교계가 15년의 준비 끝에 건설 비용 288억원을 전액 부담해 설립한 ‘소망교도소’다.

이름 그대로 기독교 정신으로 범죄자를 갱생시키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시아의 첫 민영 교도소. 국가 전문 영역으로 인식돼온 교도소 관리를 민간이 맡는다는 것 외에도 ‘죄인 구원’이란 기독교적 사명이 구현되는 곳이란 점에서 성공 여부가 주목되는 실험이다.

정식 개소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소망교도소를 찾았다. 21만여㎡(6만5,000여평) 부지 전면에 세워진 관리청사의 외벽은 투명한 유리창이다. 교도소라는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쑥한 신식 건물이지만 청사를 지나 수용동으로 들어서자 회색 철문과 쇠창살, 감시카메라 등이 철창의 감옥을 실감케 했다.

교도소는 수용동과 강당, 직업훈련시설을 갖춘 부속동 등 6개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대 수용인원은 360명이다. 1일부터 우선 30명의 수감자를 받아 관리에 들어갔다.

일반 국영 교도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설이지만 눈에 띄는 것은 복도나 홀 천장의 커다란 채광창, 넒은 창문 등으로 전체적으로 햇볕이 잘 들게 했다는 점이다. 또 수감자들이 감방에서 배식을 받지 않고, 대형 식당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수용동은 십자가를 본 뜬 방사형 구조인데 중앙에서 사방의 감방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관리 효율성도 높였다.

민영 교도소 성패의 열쇠는 사실 시설 측면보다는 교화 프로그램의 진정성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민영 교도소가 등장했으나, 수감자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데다 대부분 영리 목적으로 운영돼 인권 침해 논란도 적지 않다.

소망교도소는 이와 달리 기독교 교화형 교도소로 유명한 브라질의 휴마이타 교도소를 모델로 삼아 재소자의 교화와 성공적 사회 복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휴마이타 교도소는 기독교 단체가 1984년 브라질 정부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뒤 70%대이던 재복역율이 4%대로 떨어졌다.

소망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 전문위원장을 맡은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은 “휴마이타 교도소의 경우 모범수로 인정되면 집에 가서 며칠 지내다 올 수 있고 교도소 열쇠도 재소자가 보관한다”며 “무엇보다 재소자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중요하다. 앞으로 소망교도소를 한국형 휴마이타 교도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교도소 수감자의 재복역율은 22.4% 수준인데 소망교도소는 이를 3%까지 낮추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재소자와 자원봉사자가 1대1로 상담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피해자와의 화해 프로그램 등 민간 부문에서 개발돼온 다양한 교정ㆍ교화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성경 공부와 기도, 예배 등 신앙적 접근도 이뤄진다. 김 위원장은 “소망교도소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기를 원하는 재소자들의 자원을 받기 때문에 종교 자유를 둘러싼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입소자 자격은 징역 7년 이하의 형, 전과 2범 이하로 제한돼 있고 약물 및 조직폭력, 공안사범은 제외된다. 김 위원장은 “휴마이타 교도소는 중범죄자도 수용하는데,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여서 정부로서도 걱정스런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중범죄자로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 경비는 정부 예산의 지원을 받는데 국영 교도소 운영비의 90% 수준이다. 원활한 운영과 관리감독을 위해 법무부 감독관 4명이 파견된다. 권중원 소망교도소장은 “국영 교도소 예산에서 10%를 절감해 운영하는데, 국영 교도소보다 직원 숫자는 적지만 자원봉사자가 600여명이 되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망교도소는 국가 교정행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지만, 설립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5년 개신교계가 민영 교도소 설립을 논의한 후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관련 법률이 통과됐지만 완공까지는 10여년이 더 걸렸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격심해 이들을 설득하는 데만 수 년이 걸렸다. 공사 비용 마련도 쉽지 않아 건설 비용 288억원 중 아직도 113억원의 잔금이 남은 상태다. 지금까지 178개 교회, 1,050개 기관, 개인이 175억원을 기부했다.

아가페 재단 김삼환 이사장(명성교회 담임목사)은 “역대 정부가 모두 긍정적으로 지원했고 교도소 설립을 거세게 반대하던 지역 주민들도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다”며 “고 김대중 대통령은 본인이 수감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민영 교도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왜 빨리 안 짓느냐’고 격려도 하셨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단순히 개신교 교인 한 사람 늘리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개신교계가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망교도소는 6일 개신교계 지도자 60여명을 초청해 독거실에서 하룻밤 철야기도를 올리는 ‘교도소 체험 기도회’를 열고, 7일 준공식을 겸한 감사예배를 가진다.

여주=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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