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잘방 피란민'들 빨래 등 속앓이… "조업 재개는 무슨…" 격앙
인천 중구 인스파월드에서 기거하는 연평도 피란민 김모(56)씨는 2일에도 상하의가 붙어있는 검정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포격으로 섬을 빠져 나온 뒤 10일째 입는 옷이다. 인천에 친·인척이 없고, 찜질방에서만 생활해 빨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양말도 거의 같은 것을 신고 있어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며 "내 물건 하나 놓아 둘 공간도 없는 찜질방에서 무슨 빨래를 하고, 어떻게 옷을 갈아 입냐"고 반문했다.
연평도 주민들의 피란생활이 길어지면서 인천에 연고가 없는 이들에게는 빨래마저 골칫거리다. 대부분이 옷가지 한 두 개를 돌려 입는 상황이고, 일부는 같은 옷으로 며칠씩 지내고 있다. 여성사우나에 한 대 있는 소형탈수기 앞에는 급한 데로 속옷, 양말 등을 빠는 주민들이 줄을 잇지만 남성사우나에는 이마저 없다. 피란민들과 각종 구호물품으로 복작거리는 찜질방에서는 빨래를 해도 널 공간이 없다.
그 동안 구호물자로 보급된 속옷은 위아래 합쳐 서너 장, 양말은 한 켤레에 불과하다. 한 주민은 "양말은 대충 손으로 빨아서 수건으로 짠 뒤 머리맡 박스 위에 올려 놓고 잔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오전 11시 연평어장 조업 통제가 해제됐다는 소식에 임시 거처에 모여 있던 어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동부리 어민 장진수(69)씨는 "오늘은 조업할 날씨가 아닌데도 조업허가가 떨어진 것은 우리보고 다시 사지로 들어가라고 유도하는 게 아니냐"며 "연평도에 주소가 없는 선원들은 100만원씩 나온 위로금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배를 탈 선원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꽃게잡이 어선 선장인 유호봉(51)씨도 "먹고 입고 자는 것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무슨 조업이냐. 주민들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인천시가 임시 숙소로 제안한 경기 김포시 양곡지구 미분양 아파트와 인천시내 다가구주택 등을 거부했던 연평면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식비와 각종 공과금,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