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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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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62>

입력
2010.11.2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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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제도와 한국의 발전

한국은 건국 초기에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가난한 나라였다. 자원도 없는데다가 6.25사변까지 겪었다. 그런데도 3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러면 무엇이 최빈국이었던 한국을 지금 같은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는가?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과거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958년부터 1894년까지 936년 동안 과거제도를 실시했다. 그래서 과거제도의 시험주의, 능력주의, 경쟁주의가 한국인의 DNA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이외에도 과거제도를 실시한 나라가 있었다. 중국, 월남, 유구 등이 그러한 나라이다. 중국은 1300년, 월남은 840년간 과거제도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다민족 국가라 과거제도가 왕조마다 들쭉날쭉했고, 월남과 유구는 문치주의가 덜 성숙해 전형적인 과거제도가 실시되지 못했다. 그리고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에서 일시 과거제도를 실시한 적은 있으나 무치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합격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과거제도는 중앙집권적인 문치주의 국가에서 황제나 왕의 관리를 뽑는 관리등용시험이었다. 시험종류는 문과 무과 잡과의 세 가지가 있었고, 시험과목은 유교경전과 역사, 문학과 전공과목(실기)이었다. 물론 관리가 되는 데는 과거 이외에 문음(門蔭), 취재(取才), 천거(薦擧) 등이 있었다. 문음은 고급관료의 아들을 7품 이하의 관리로 등용하는 제도였고, 취재는 공무원 채용시험이었으며, 천거는 숨어있는 은일(隱逸)이나 우수한 성균관 유생을 발탁(拔擢)하는 인사제도였다. 그러나 고위관료가 되려면 과거에 합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과거의 능력주의, 시험주의는 유교의 교육열과 무관하지 않다. 공자는 사람에게 현불초(賢不肖)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똑똑한 사람은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 못난 사람은 지도자를 먹여 살려야 한다고 했다. 노심자(勞心者)와 노력자(勞力者)의 구별이다. 그러면 똑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시험을 통해 구별하자는 것이었다.

과거제도의 특징은 혈통으로 기득권을 보장받는 음서(蔭敍)와는 달리 능력으로 관리가 되는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었다. 이 시험에 한 번 합격하면 아무것도 아닌 백신(白身)이 갑자기 입신양명(立身揚名)하게 된다. 그러니 누군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데 전념하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문운이 일어나고 능력주의, 경쟁주의가 한국인의 DNA가 된 것이다.

과열과외가 그러한 경쟁주의를 대표할 만하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 가지 일에 전력투구해 세계적인 인물이 되기도 한다. 박세리, 박찬호, 박지성, 김연아, 여자축구 등이 그러하다. 따라서 과거제도의 능력주의, 경쟁주의는 잘만 관리하면 앞으로도 한국의 발전을 보장하는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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