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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아일랜드 중산층 무료급식소에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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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아일랜드 중산층 무료급식소에 북적

입력
2010.11.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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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빚 갚으려 월급 통째로 내놓기도"

번듯한 집과 그럴듯한 직장을 가진 중산층이 무료급식소를 매일 찾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최악의 경제위기로 막다른 길에 몰린 아일랜드 더블린 시내에선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대출 비용에 월급을 몽땅 내놓는 중산층이 '뉴 푸어(New Poorㆍ새로운 빈곤층)'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장기실업자와 이민자들이 주로 찾는 무료급식소가 최근 중산층으로 북적이고 있다. 한 급식소 관계자는 "2008년 하루 250명 정도가 찾았지만 요즘은 그 수가 520명까지 늘었다"며 "특이한 점은 주 고객이 집과 직장이 있지만 음식 살 돈이 없는 중산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붕괴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아일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아일랜드 국민 전체가계소득의 4분의 1 이상(2008년에는 10%)이 모기지 비용과 각종 대출금에 들어갔으며, 작년 가계가처분소득도 2008년에 비해 6.3%나 떨어졌다. 2008년 부실은행으로 인해 시작된 금융위기로 정부가 이미 지금까지 150억 유로의 재정을 감축한 탓에 중산층의 추락은 심각한 상황이다.

'뉴 푸어'들을 더욱 벼랑으로 모는 것은 주택가격 거품이다. 수년 전 높은 가격에 집을 샀던 중산층이 최근 주택시장 붕괴로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면서 결국 무료급식소를 찾게 된 것이다. 52세의 한 정보통신 업계 관리자는 "연봉이 1만5,000유로나 깎이고 모기지를 감당하기 어려워 집을 내놨지만 이마저 팔리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직장이 있어 다행이지만 구제금융 여파로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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