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첫날인 28일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와 임진각 일대 등 서부전선에는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의 추가 포격 징후가 포착돼 연평도에는 긴급 대피 명령이 떨어지는가 하면 경기 북부 민통선 마을까지 외부출입 자제 요청이 내려지는 등 북한의 도발 가능성 때문에 관계 당국과 주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오전 11시15분께 연평도 주민 29명과 지역 공무원, 구호ㆍ복구인력, 내ㆍ외신 취재진은 북녘에서 울린 포성에 마을 안에 마련된 대피소 4곳으로 긴급 피신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연평도 북방 12㎞ 지점의 개머리지역에서 북한 내륙으로 30여 발의 포를 발사했으며 122㎜ 방사포를 일부 전진 배치하는 등 추가 도발 징후를 보였다.
인천 소방안전본부는 연평도 일대에 “북한의 해안포 기지에서 화력 도발 징후가 보인다. 면사무소 등 관의 통제에 따라 즉시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오전 배편으로 섬을 떠나려 했던 박종혁 대한적십자사 사회협력팀 직원은 “옷을 갈아입다가 실제 상황이라는 말에 겁이 나 황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주민 박진구(51)씨는 “물건을 받으러 선착장에 나가려다 정신 없이 대피호로 들어왔다. 다시 충돌한다면 전면전이 아니겠느냐”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대피 명령이 내려지자 경찰과 면사무소 직원 등은 바쁘게 움직였다. 마침 연평도로 들어오던 여객선을 인근 소연평도로 우회시켰고, 대피소를 일일이 오가며 주민이 모두 대피했는지 확인했다. 군 역시 통행 금지령을 내리는 동시에 해안진지 곳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비상대피령은 40여분이 지나 해제됐지만 군은 “현재 연평도는 통합방위 을종 선포지역이므로 통제에 즉각 협조해달라”며 가급적 통행을 삼가 줄 것을 당부했다.
연평도에서 서북방으로 100여㎞ 떨어진 백령도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군은 해병대 군 시설물 공사를 중단시켰고, 이날 여객선을 타고 섬을 빠져 나온 주민은 260여명에 달했다. 군 시설물 공사장 인부 김모(40)씨는 “연평도에서 폭격으로 인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불안했다. 주민들도 동요하는 듯 보였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해경 등에 따르면 현재 백령도 주민 수는 평상시 5,000여명에서 20% 가량(1,000여명)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겨울을 나기 위해 뭍으로 떠난 사람 등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연평도 포격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일대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유로를 따라 늘어선 군 초소에는 소총을 든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강화했고, 순찰을 도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병사들을 태운 군 트럭들도 임진각 일대를 분주히 오갔다.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통제선 내 도라산 전망대에서 통일촌, 제3땅굴을 연계한 관광이 중단되면서 임진각 인근 비무장지대 안보관광 매표소의 문은 굳게 닫혔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연평도=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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