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을 만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입장을 포함해 중국에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다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합의나 공감대가 없어 정부는 면담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 책임에 관한 언급 없이 오직 한반도 긴장 수위를 낮추려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또 남북간 추가 군사적 행동 반대, 한미 서해 연합훈련 반대 등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경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우선 진정시키고 보자’는 게 이날 확인된 중국의 의중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평도 도발의 의미, 강력한 응징 의지, 중국에 대한 불만 등을 가감 없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도발을 ‘중대한 사태의 변화’로 규정하면서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다. 연평도 포격 전과 도발 후의 한국 정부 대응이 다를 것임을 알린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중국측이 말하는 것처럼 북한에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가 이번과 같은 도발’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어정쩡하고 친북적인 태도를 보여온 중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를 위해‘공정한 자세’라는 표현도 썼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편이 갈린 과거 냉전시대가 아니다. 편이 갈리지 않은 21세기엔 사안별로 판단해야 하지 않느냐”며 중국측에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남북 모두 자제를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내 어떠한 군사적 도발도 반대한다”(24일 원자바오 총리 발언)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북측의 도발 책임을 묻고 제재해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 일본에 동조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측은 면담 후 “연평도 사태로 인한 한국측의 희생에 애도와 위로를 표했다”고 밝혔다. ‘연평도 도발’이라는 표현을 구사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오히려 6자회담 조속 재개 카드를 꺼냈다. 남북한과 주변국이 일단 대화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 미국 등이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점을 모를 리 없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보다 남북대화가 우선”이라는 전제하에서 즉각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어서 ‘북한에 대해 뭔가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현재로서는 6자회담밖에 없었던 듯하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당분간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모이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아울러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불편한 입장을 밝혔다. 미중관계를 다루는 씨에펑(謝鋒) 외교부 북미주국장, 천쉬(陳旭) 국제기구국장 등이 이날 면담에 배석한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면담은 천안함 사태 때와 달리 중국이 사태 발생 직후 국무위원급 특사를 보내 한국측 입장을 청취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다.
이날 면담은 30분 정도로 예정됐다가 2시간이나 진행됐다. 특히 면담 말미에 5분 정도 이 대통령과 다이 위원의 단독 대화도 진행됐다. 이 때 중국 지도부에 보낼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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