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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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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입력
2010.11.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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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한민국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생. 대통령부터 시작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상생 협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상생이 필요하지만 가장 잘 지켜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으니, 다름아닌 건설업계다. 건설업은 고용유발을 비롯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가장 큰 업종인 만큼,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상생문화의 정착이 시급한 분야다.

대형 종합건설사 중심의 원청업체와 영세 전문건설업체가 주류인 하도급업체간 고질적인 수직적 상ㆍ하, 갑ㆍ을관계를 끊을 수 있는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또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업계가 상생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일까.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간의 건전한 상생 구조 확립을 위해 제도 개선과 건설업계 체질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뛰고 있는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은 “새로운 제도도 도입되어야 하고 법도 고쳐야겠지만, 대형사와 전문업체 모두 갑을 관계란 좁은 틀에서 벗어나 서로를 상호 발전을 위한 동반자로 여기는 마음가짐, 즉 파트너십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_전문건설업체에 대해 좀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종합건설사들입니다. 이에 비해 전문건설업체는 전기나 설비, 상ㆍ하수도 등 각 세분화된 분야들을 맡는 업체들이지요. 대부분 종합건설사의 하청업체들입니다. 특정 분야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영세한 게 현실입니다.”

-건설경기침체로 다 어렵지만, 전문건설업체들은 아무래도 더 어렵겠군요.

“생존 자체가 당면과제일 정도지요. 대형 건설사들도 힘들지만 전문건설업체들은 정말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내몰려 있습니다. 큰 집(종합건설업체)에서 벌어 먹어야 하는 작은 집(전문건설업체)은 더 어려운 처지이지요.”

-정부가 요즘 상생과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는데, 건설업계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좀 달라졌나요.

“예전보다 좀 나아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정부의 상생대책들은 대부분 제조업과 유통업 쪽 얘기들이고, 가장 대표적인 하청업종인 건설업은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나마 건설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생방안들은 이름만 다를 뿐 이미 과거 정부에서도 수 없이 논의되고 지적된 문제들이지요.”

-예를 들자면요.

“정부가 지난 8월 ‘건설분야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수 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간 상생과 관련한 대책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하도급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 발주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확인제도’를 확대 시행한다는 것 하나 뿐이었습니다. 정부가 과연 건설업계 상생협력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예요.”

-건설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하도급 대금을 둘러싼 불공정행위라고 생각하는데 현장 실태는 어떤지요.

“하도급 대금지급과 관련된 불공정 거래행위 유형은 ▦저가 하도급 결정 ▦대금 지연지급 혹은 미지급 ▦장기어음 지급 ▦직접지급 규정 위반 ▦물가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미조정 등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런 유형들은 불공정거래라기 보다는 실정법 위반행위지요.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처벌이 워낙 미약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도급대금 지급이 지연돼 영세 전문건설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금융비용만도 1년에 8,300억원에 달합니다. 하도급 대금 지급 기일을 현재 기준보다 단축하거나 경우에 따라 하도급 대금을 즉시 지급하도록 아예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보다는 하도급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다단계식으로 이뤄진 하도급 구조를 남아 있는 한 갑ㆍ을관계를 청산하기란 힘들어 보입니다.

“(전면적인 하도급구조청산은 힘들겠지만) 직할시공제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건설공사의 도급구조를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의 현행 3단계에서 발주자→하도급자의 2단계로 축소하고 발주자가 공사관리를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지요. 원래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 절감을 위해 특별법으로 도입한 제도인데, 단지 분양가 인하뿐 아니라 하도급 관행에서 발생해온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소해 중소 하도급업체들이 균형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잘 되고 있나요.

“그게 문제예요. 제도는 도입됐지만 좀처럼 정착이 되질 않아요. 현재 직할시공제도로 발주해야 하는 공사물량은 보금자리주택 물량의 5%(1만3,150가구)인데, 현재까지 직할시공제가 적용된 물량은 고작 970가구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에 약속한 정책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전문건설업체들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원한다고 들었습니다. 공사 발주 입?때부터 대형사와 공동으로,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말하나요.

“현재 건설업계 상생과 관련해 도입된 제도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는 종합ㆍ전문업체가 각자 분담 시공하되 주계약자인 종합건설업체가 종합적 계획관리와 조정 역할을 하고 전문건설업체는 각 공종별로 자신이 맡은 공사를 전담 시공하도록 하는 방식인데요. 정부는 이 제도를 지난해 4월부터 500억원 이상 최저가 낙찰대상 공사에 대해 적용하고 있고, 각 지자체들도 올해 1월부터 2억~100억원짜리 공사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전문업체들이 발주처와 직접 계약을 하고 공사비도 직접 수령하기 때문에 공사비 미지급이나 지연, 불법ㆍ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현실에선 잘 작동되지 않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지방공사의 경우 현재까지 모두 206건의 공사가 이런 방식으로 발주돼 기초가 다져지고 있으나, 국가공사의 경우 LH와 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한 단 2건 밖에 없어 제도 도입취지가 무색한 실정이지요.”

-잘 시행되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주계약자 공동도급제가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발주처 입장에서는 관리해야 할 계약자가 당초 원청업체 한곳에서 개별 전문건설업체 여러 곳으로 늘어나는데, 한마디로 귀찮아지는 일이 많아지니까 선뜻 나서질 않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다 이런 식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제도를 도입하면 뭐합니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데. 한번 새 제도를 도입하려고 마음 먹었으면 좀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_종합ㆍ전문건설업체간에 영역과 관련해서도 마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간 자체 영역이 있다고 해도 마찰은 불가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주체인 발주자의 재량권을 넓혀 전문업체에 맡길 일, 또 종합건설업체에게 맡길 일 등을 따로 나눠 분리 발주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다만 현행 법령상 동일구조물 공사나 단일공사의 경우 분리발주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게 문제예요. 이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_상생이란 결국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건설업체의 상생 역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업무영역을 보장해 주는 데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군요.

“맞는 얘깁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에선 쉽지 않더군요. 예를 들어 정부는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을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종합적인 계획관리나 조정역할이 필요 없는 소규모 복합공사에 대해서는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시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는데 1년 반이 지나도록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행령에서 정하기로 한 소규모 복합공사에 대한 범위를 아직까지 확정 짓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에게 발주돼야 할 몫이 결국 대형 종합건설업자에게 발주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은 의지와 실천의 문제군요.

“그렇습니다. 상생은 단지 제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지요. 정부와 대기업의 상생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건설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영세 중소전문건설업체들의 현실은 달라질 게 없다고 봅니다.”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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