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美·日 움직임]오바마 "中, 北에 국제 규범 준수 분명히 전달"北의 실질적 변화 이끌 적극적 중재외교 요구
미 행정부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 항모 조지 워싱턴을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시킨 것은 북한의 도발을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뜻이 담겨 있다. 워싱턴 정가에는 북한이 연평도 포격에 어떤 식으로든 사과와 실질적 긴장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한미공조를 통한 고강도 실력 대응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상황에 따라 서해 합동훈련을 추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북한에 대해 비핵화의 기대를 접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연평도 포격이라는 사실상 '전쟁행위'에 접한 뒤 미 행정부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적 인내'로는 북한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중재외교를 보는 미국의 시각도 이런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이 시정돼야 하고, 여기에는 중국이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 발생 이후 미국의 대중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번 도발을 "현재진행형인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은 북한이 준수해야 할 국제적 규범을 세울 것임을 북한 측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은 CNN 방송에서 "중국이 왜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중국이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북한의 행동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중국의 중재외교에 대한 평가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28일 저녁 중국이 '중대 발표'를 사전예고까지 한 뒤 '내달 초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를 제안했지만, 미 행정부가 선뜻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중국의 긴급 6자 회담 제의는 미국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대(對) 북한 해법의 만병통치약처럼 6자회담만을 들고 나오는 중국을 압박할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조지 워싱턴호를 앞세운 서해 무력시위가 중국에게 적극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 가까운 곳(한국)에서 더 많은 미군의 주둔을 목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뉴욕타임스 분석은 이런 미국의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을 사이에 둔 미중 갈등이 오래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내년 1월 후 주석의 방미가 예정돼 있고, 서로 협력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긴장의 계속은 원치 않는다"며 "서해 합동훈련을 계기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로 미국이 물러섰던 천안함 사태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미국의 체면을 살리는 방향으로 중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달라진 국면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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