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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11월 29일] 대통령의 유사 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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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11월 29일] 대통령의 유사 군복

입력
2010.11.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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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두 동강나서 정부가 허둥댈 때만 해도, 군대 갔다 오지 않은 대통령ㆍ국무총리ㆍ여당대표ㆍ국정원장이 모여서 무슨 군사적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말은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조롱이었다. 사람들은 그 말을 하면서 낄낄 웃었다. 낄낄거림은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근거가 없지도 않았다. 본인이 군대 안 갔다 왔으면, 대통령 유고 시 통수권자가 되는 총리는 병역을 마친 사람으로 채우는 게 현명한 인사였을 터였다. 병역의무뿐 아니라 군통수권의 책무도 우습게 보는 인사였다. 연평도가 폭격을 당하고 청와대는 갈팡질팡하는 현재, 그 말은 차마 웃을 수도 없는 조롱이 되어 버렸다.

혼자만 갖춰 입은 가죽점퍼

물론 그들이 군대 갔다오지 않은 것이 이 정부가 허둥대는 꼴의 결정적 원인은 아닐 것이다. 정당한 이유로 면제 받을 수 있다면, 꼭 군대를 갔다 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군대면제가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불명예스러운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조갑제씨가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은 이유를 불문하고 대통령으로 뽑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겠는가?

군대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은 안보에 대한 성실한 공부를 통해 그 불명예를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 꼴은? '확전 자제' 지시로 갈팡질팡하던 청와대는 오히려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다는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청와대는 안보회의 장면만 연출하기 급급하다. 그 연출조차 희극적이다.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할 때, 대통령 혼자 이상한 가죽점퍼를 입고 있는 장면이라니! 장성 출신 국방장관도 군복점퍼를 입지 않는데, 대통령은 왜 '군복 같은 가죽점퍼'를 입고 있을까? 대통령이 착용했던 점퍼는 군부대 방문을 위해 2008년 중반에 맞춘 옷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군부대 시찰용 의복으로 몇몇 모델을 물색했으며, 이 대통령이 직접 항공점퍼 모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오른쪽 팔의 태극기 문양은 이 대통령이 특별히 부착할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과거 대통령이 부대를 방문할 때는, 해당 부대의 장교 복장을 착용했다. 육군이면 야전상의, 공군이면 항공점퍼. 시대가 바뀌었고, 대통령도 멋있는 가죽점퍼를 입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병역의무를 면제 받은 대통령이 멋만 내는 것은, 모양이 이상할 뿐 아니라 한심하지 않은가? 젊은이들이 대통령의 가죽점퍼 멋있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 말도 경망스럽지만 특별 제작된 가죽점퍼도 경망스럽다.

부시 대통령이 조종사 복장으로 항공모함에 내린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가 끝났음을 선언하면서, 전쟁의 정당성을 과시하고자 했다. 헬기가 아닌 전투기에서 내리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군조종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직접 조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교하게 연출된 군사적·정치적 이벤트는 나름 효과가 있었다. 조종사복장으로 직접 전투기를 타는 위험을 무릅쓴 최고사령관은 군의 기강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현대 국가에서 대통령(내각책임제의 총리)은 특수한 자격을 부여 받는다. 민간인이면서도 군 최고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장교나 장군 출신이 아니어도, 아니 심지어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어도,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이 된다. 군대를 선출된 민간인 통제 아래 두는 민주주의의 강점이다.

멋도 기강도 엉망이 아닌가

무슨 말인가? 사복을 입고서도 멋있는 최고사령관이 될 수 있다. 혹은 군대와 일체성을 보여주려면, 대통령은 일반 장교나 장군이 입는 정식 군복을 입으면 된다. 계급 표시만 다르게 하면 멋있는 최고사령관의 복장이다. 그런 기본적인 자질을 보여준 대통령에겐 때때로 '더 멋진' 가죽점퍼를 입을 자격이 생길 듯하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군의 기강을 확보하는 정식 군복점퍼다. 그런데 대통령은 기본을 무시하고 '나 홀로 가죽점퍼 패션'으로 튀려고 한다. 멋도 기강도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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