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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난다는데, 해줄 말이 없어요.”

입력
2010.11.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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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는 거 아니냐고 하네요, 무슨 말을 해줘야 합니까.”

28일 오후 작은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사업현황을 묻는 기자에게 도리어 하소연을 했다. 최근 들어 해외 구매자들로부터 “전쟁이 발발한 거 아니냐” “납품기한을 맞출 수 있느냐”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는 것. 김씨는 “계약을 취소하려는 일부 구매자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나라의 안보 위험,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기업과 관광업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외국 구매자와 여행객들이 방한일정이나 여행예약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일 평균 2만5,000여명의 관광객(사업목적 포함)이 입국하는데 23일 연평도 포격 이후 매일 600~700여명씩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일본 중국 등에서 오는 단체 관광객들의 예약취소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회사 대표단의 방한을 연기했다. 혼다자동차도 24일부터 한국출장을 아예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5, 26일 광주에서 열리는 ‘그린카 글로벌 벤처포럼’에 참석하기로 했던 폴란드 바이어 2명도 안전을 이유로 방한계획을 취소했다.

관광업계의 타격은 더욱 크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도료고교는 다음달 2~6일로 예정된 한국 수학여행 계획을 취소했고, 니가타(新潟)현의 무라마쓰 고교와 니가타공고도 다음달 초 계획했던 한국 수학여행을 백지화했다. 한국관광공사 후쿠오카지사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이후 일본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안전문제를 이유로 한국방문을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관광객도 한국을 꺼리는 분위기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여행 등급을 ‘주의환기’로 상향조정하면서 일본 여행객 20여명이 한국 관광상품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여행사인 CTS 관계자는 “5일짜리 한국여행 상품 가격이 연평도 포격 이전보다 1인당 100위안(1만7,000원)가량 가격이 내렸는데도 수요가 급감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내 택시와 숙박업체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외국관광객 대상 콜밴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한 5일새 외국인 택시이용객이 평소의 3분의 1로 줄어 피해가 크다. 콜을 하는 건 대부분 일찍 출국하려는 외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의 예약취소가 약10건 정도 있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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