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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29일] 봄을 만드는 농부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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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29일] 봄을 만드는 농부들이 있어

입력
2010.11.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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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하얀 꽃이 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 은현리 미나리 밭이 솥발산에서 흘러내려온 맑은 물을 담아 미나리꽝이 되었다. 미나리는 겨울농사다. 그것도 얼음이 어는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그고 농부들이 미나리 농사를 짓는다. 봄, 여름, 가을 좋은 계절 두고 왜 미나리 농사는 이 추운 날씨에 시작하는지 보는 것만으로 마음까지 차다.

미나리는 꽃이 피고, 꽃이 피었으니 당연히 씨앗도 맺지만 그걸 뿌려 미나리 농사를 짓지 않는다. 미나리는 제 줄기로 미나리를 키운다. 이른 봄에 미나리 향기 그윽할 때 밑동까지 잘라내 사람의 상큼하고 향기로운 맛이 된다. 그렇게 제 자신을 다 내어주고도 뿌리는 남아 있어 그곳에서 푸른 생명 같은 미나리 줄기가 다시 돋아난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는데 마디가 땅과 만나면 뿌리를 내린다. 미나리 농부는 가을에 줄기를 잘라 밭에 뿌린다. 그 줄기에서 미나리 싹이 피어 물을 담아줄 때 미나리 밭이 다시 미나리꽝이 되는 것이다. 미나리 새싹들이 낙목한천(落木寒天) 추운 계절 두 달을 꼬박 차가운 미나리꽝에서 씩씩하게 자라 새해 초쯤 햇미나리라는 희망이 되어 우리를 찾아온다.

나는 은현리에서 미나리 농사를 보며 배웠다. 겨울이 가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봄을 만드는 농부들이 있어서 봄이 오는 것이라는 것을. 지금 그들은 미나리꽝에서 새해 새봄을 만들고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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